'13조원 감세' 정부 첫 세제개편안…MB정부 이후 최대 규모

입력 2022-07-21 16:10:53 수정 2022-07-21 17:06:13

선명한 감세 기조…'건전재정' 기조와 충돌 소지
'부자감세' 지적도…기업·고소득층 감세 7조7천억원, 서민·중산층 4조6천억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세제개편안'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3조원 넘는 세수를 줄이는 내용의 첫 세제개편안을 내놨다. 이명박 정부 첫 해였던 2008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감세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감세가 윤석열 정부가 강조해온 재정건전성 강화 방침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점과 민생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서민·중산층에 돌아가는 감세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민간·기업·시장 역동성과 자원 배분 효율성 제고, 세 부담 적정화·정상화에 초점을 맞춰 세제개편안을 설계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제시한 방안은 법인세 최고세율 하향·과세표준(과표) 구간 단순화, 종부세 다주택 중과 폐지·세율 인하·공제금액 상향, 근로소득세 과표 구간 상향, 상속·증여세 완화 등이다.

정부는 한국의 조세부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4.3%를 밑돌지만 2015년 17.4%에서 2021년 22.1%(잠정)까지 급상승했다는 점을 들어 감세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감세에 초점을 둔 이번 세제개편안이 실현되면 13조1천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가장 많이 줄어드는 세목은 법인세로, 6조8천억원 감소가 예상된다. 소득세는 2조5천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법인·소득세 감소분이 전체 세수 감소분의 71%를 차지하는 셈이다.

이번 세제개편안으로 예상되는 13조1천억원의 세수 감소는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세제개편안의 33조9천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법인·소득세율을 나란히 인하하는 등 대대적 감세를 골자로 한 세제개편안을 내놨다.

법인세 등 기업 부담을 상당 폭 줄여준 이번 세제개편안은 중장기적으로는 기업 투자·고용 증가에 일정 정도 효과가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글로벌 기준과 추세에 부합하지 않는 법인세를 개편하는 것은 글로벌 조세 경쟁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고 투자나 선순환 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지금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데 세금을 줄여준다고 해서 바로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규모 세수 감소는 부담이 될 수 있으며 윤석열 정부가 특히 강조해온 '재정건전성 강화'와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건전재정 기조와 거꾸로 가고 있으며, 재정을 많이 썼던 다른 국가들의 과세 강화 추세와도 반대로 가는 것"이라며 "세수가 예상보다 더 줄어들 수 있는 데다 경기 수축 국면에서 지출을 줄이기는 굉장히 어렵기에 결국 재정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투자 확대와 성장 기반 확충이 시간을 두고 세수 확대로 나타날 것이고, 이것이 재정건전성에 기여할 것"이라며 "13조원 세수 감소 중 내년에 나타나는 것은 6조원 정도인데, 이는 통상적으로 세수가 (매년) 확대되는 규모를 고려하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감세를 통한 경제 활성화 효과를 고려한다고 해도, 서민·중산층에 돌아가는 감세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비판도 있다.

세수 감 13조1천억원의 귀착을 살펴보면 법인이 6조5천억원이며 그중에서도 대기업이 4조1천억원으로 중소·중견기업 2조4천억원보다 많다.

개인의 세수 감소 효과는 3조4천억원으로 서민·중산층이 2조2천억원, 고소득층이 1조2천억원이다.

이에 추 부총리는 "기업이 투자·일자리 창출의 중심인 만큼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을 했고, 중산·서민층이 생계비 여력을 확보하도록 세 부담을 줄인 것도 있다"며 "경제의 선순환을 위해 양쪽 다 균형 있게 하려 했고 기업은 나름의 중요한 역할이 있어 기업 활성화에 좀 더 무게를 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