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위탁 유기동물보호소 2군데…동물 구조 인력 1~2명이 전부
동물 고속도로로 뛰어들거나 공격성 드러내 위험천만한 구조 현장
동물 보호 비용은 한 마리당 12만원이 전부, 예산 한계에 입양도 쉽지 않아
지난 11일 경북 경산의 한 산자락에 위치한 유기동물보호소의 진료실. 보호소 직원이 진료대 위에 강아지 한 마리를 올렸다. 생후 4개월로 추정되는 새끼 믹스견이었다. 직원의 손길을 필사적으로 피하던 강아지는 끊임없이 몸을 떨었다. 직원이 겨우 달래 몸을 들어 올리자 뼈밖에 남지 않은 앙상한 몸이 드러났고, 수천마리의 진드기로 가득했다.
그 옆에는 7살로 추정되는 털이 수북이 자란 몰티즈 한 마리가 앉아서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취재진의 눈길에 몰티즈는 곧바로 일어서 케이지 옆에 착 달라붙었다. 사람 손길을 타던 아이가 분명했다. 관리되지 않은 털은 얼굴 전체를 뒤덮어 눈마저 잘 보이지 않았고 그마저 이리저리 심각하게 엉겨 붙어 있었다. 이 아이 역시 진드기 감염이 심했다.
직원 A씨는 "경산은 농촌지역이다 보니 농막 아래 등에서 유기 동물이 수시로 발견된다. 구조해보면 온몸에 진드기가 붙어 있거나 이미 세균에 감염돼 있다. 어린 강아지들은 버티지 못하고 자연사하는 경우도 많다. 마음이 아플 따름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력난 시달리는 지자체 위탁 유기동물보호소
유기동물보호소는 민간이 운영하는 사설 동물보호소와 지자체가 위탁 운영하는 지자체 동물보호소로 나뉜다. 대구는 대구수의사회와 대구유기동물보호협회가 8개 구‧군을 4개씩 나눠 맡고 있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지자체 보호소는 유기 동물을 반드시 구조해야 한다. 개는 나이와 상관이 없고, 고양이는 3개월 미만일 경우만 구조 대상이다. 문제는 구조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대구유기동물보호협회 구조 인력은 2명으로 주간, 야간 각각 1명이 해당 시간대 발생하는 유기 동물을 책임지는 구조다. 경산 유기동물보호소도 주간, 야간 합쳐 2명이 활동한다.
구조단이 생명의 위협을 받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동물이 도로로 뛰어들거나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공격성을 보일 때가 잦기 때문이다. 대구수의사회 관계자는 "들이나 산에 개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땀을 뻘뻘 흘리며 산을 올라야 하고 개가 고속도로로 뛰어드는 경우에는 사고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고자들의 비난과 민원도 오롯이 감수해야한다. 구조 인력은 한정적인데 "왜 빨리 오지 않느냐", "구조 안하고 뭐하느냐"는 신고자의 성화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일부 구조 담당 직원은 스트레스에 정신과 약을 먹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경산유기동물보호소 관계자는 "경산의 경우 지역이 커 이동시간만 1~2시간이 걸리는데 왜 빨리 안오느냐고 화를 내는 민원이 낮다. 정작 가면 동물이 도망가고 없어 허탕치는 경우도 많다"며 "신고자들이 왜 빨리 구조 안하냐고 막무가내식으로 화를 내면 정말 힘이 빠진다"고 했다.

◆지자체 지원금은 터무니없이 부족…품종별 입양 빈부격차도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소는 지자체의 예산으로 운영된다. 동물 한 마리당 지원금이 나오거나 운영 예산을 매년 일괄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대구시는 유기동물 한 마리당 12만원을 지원한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지원금만으로는 보호 업무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교통사고 등으로 다쳐서 오는 유기동물이 많은데 한정된 예산으로 치료비까지 모두 부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수의사들이 적자를 감수하고 치료에 나설 수밖에 없다.
특히 대구의 경우 지자체가 구조인력에 대한 인건비를 지원하지 않는다. 수의사회와 대구유기동물보호협회가 자체적으로 예산을 마련해 인건비를 감당하고 있다. 그나마 경산보호소는 시로부터 1년에 3억원의 예산을 받지만 직원 월급과 구조차량 운영비, 사룟값, 약품 등을 구비하고 나면 금세 소진되기 일쑤다.
정해진 예산에 보호소가 보호할 수 있는 동물 수도 한정될 수밖에 없다. 대구수의사회는 327마리, 대구유기동물보호협회는 130마리를 보호할 수 있다. 경산은 250마리를 감당하고 있다. 구조 동물이 끊이질 않다보니 각 보호소는 이미 수용치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이에 따른 관리 방안이 바로 '안락사'다. 유기동물이 구조되면 동물관리보호시스템에 공고가 뜬다. 7일 이상 공고 후 10일이 지나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유기동물은 지자체 소유가 된다. 지자체 소유 뒤에는 입양 또는 안락사를 진행하고, 입양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의사 판단에 따라 안락사 대상이 된다.
대구수의사협회 관계자는 "안락사는 정말 힘들다. 안락사를 하는 날은 병원 분위기가 어둡다. '안락사만은 피하자'는 생각에 보호기간이 끝나도 계속 직접 사비를 들여 보호에 나서는 의사도 많다"며 "아픈 동물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안락사 대상이 되지만 정신적 고통이 크다"고 전했다.
유기동물 보호소들은 어떻게든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코로나19로 해외 입양이 막혔고, 품종에 따라 온도 차도 심하다. 대구시에 따르면 매년 발생하는 유기동물 중 입양률은 30%에 그친다.
경산유기동물보호소 관계자는 "품종견은 서로 입양하기 위해 경쟁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믹스견이나 대형견은 입양 순서에서 늘 밀리다 결국 안락사에 이르기도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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