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고교 재경총동창회 탐방] (1)영남고…전부 '잘 살자!'

입력 2022-07-09 06:30:00

'잘 살자' 교훈에 졸업생들의 인생 지향점 담겨…홍준표 대구시장 향후 정치행보에 관심 높아
드넓은 운동장과 학교 앞 분식집 미성당 납작만두라면 기억하는 재경동문들 많아

수도권 과밀화로 지역은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다. 나날이 살림살이가 쪼그라들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은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하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수완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는 크지 않다. 객지에서 고향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출향인의 도움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에 매일신문은 서울에서 고향까마귀들을 끈끈하게 규합하고 있는 재경 대구경북 고등학교 동문회를 방문해 동문들의 학창시절 추억을 더듬고 애교심과 애향심도 확인한다. 재경동문회 소식은 격주로 토요일에 게재되고 대구경북에서 주요 선출직 공무원을 배출한 학교 순으로 진행한다.

(1)영남고등학교

개교: 1935년 4월 1일
설립 형태: 사립
교훈: 잘살자-올바르게, 부지런하게, 튼튼하게
주요 배출 동문: 김한규 전 총무처 장관, 홍준표 대구시장,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
소재지: 대구시 달서구 월곡로 300

홍준표 대구시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영남고 재학 시절 소풍을 갔다가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은 모습. 연합뉴스

'잘 살자!'

영남고등학교를 졸업한 9만 동문은 이 이상의 교훈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간명하면서도 삶의 지표가 되기에 충분한 내용이 모두 담긴 표현이기 때문이다. 매년 열리는 재경 동문들의 회합행사 명칭도 '잘살자 가을축제'일 정도다.

성원근 재경 영남중·고등 총동창회 사무총장(34회)은 "영남고를 상징하는 가장 확실한 메시지는 교훈이 담고 있다"며 "오죽하면 지인 사이에서 우리 동문을 이르는 호칭이 '잘살자'인 경우도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아울러 영남고의 또 다른 자랑은 풍부한 인재풀이다. 과거 야간부까지 있었기 때문에 졸업생 수가 워낙 많다. 그래서 경향각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분야 등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동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지역에선 홍준표 대구시장(21회)을 꼽을 수 있고 서울에선 김한규 21세기한중교류협회장(9회), 조영달 서울대 사범대 교수(27회),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28회), 박재준 삼양화학공업(주) 대표(28호), 한규현 서울고법 부장판사(32회), 가수 출신인 김태욱 아이패밀리에스씨 대표(38회), 박기동 서울지검 3차장(40회) 등이 활약 중이다.

지난달 2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김한규 21세기한중교류협회장의 한중수교 30주년 출판기념 행사가 열렸다. 재경총동창회 임원들이 참석해 축하의 뜻을 전달했다. 재경총동창회 제공

아울러 황병태 전 주중대사(3회), 1960년대 '저 하늘에 슬픔이'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을 제작하며 문화한류의 초석을 다진 도동환 대동흥업 회장(6회), 성일환 전 공군참모총장(22회), 강석진 전 국회의원(26회), 김영대 전 서울고검장(법무법인 클라스 대표변호사·31회) 등도 후배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재경총동창회는 서 말이나 되는 구슬을 제대로 꿰기 위해 현재 회원 연락망 구축과 소통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최우영 재경총동창회 수석부회장(29회)은 "재경총동창회는 지난 30여 년 이상 매년 정기총회와 체육대회 등 각종 행사를 통하여 전체 영남동문들의 교류와 화합의 장을 만들어 왔다"면서 "앞으로도 재경총동창회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

구체적으로 재경총동창회는 올해 ▷회원 간 우애 증진 ▷재학생 장학사업 및 모교지원 활동 강화 ▷젊은 회원 참여확대 등을 중점사업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재경총동창회는 기수별, 직역별(법조·세무), 동호회별(골프·등산·마라톤) 활동을 적극 권장하며 선후배 사이 친선도모는 물론 사회 각 분야에서 같은 업종에서 일하는 동문들 간의 정보교류까지 돕기로 했다.

재경총동창회 모임 중 동문들 사이에서 단연 화제는 재학시절 학교 앞에 위치했던 분식집 미성당 납작만두라면에 대한 추억과 홍준표 대구시장의 향후 정치행보다.

방종현(앞줄 왼쪽 두 번째) 대구문인협회 특별위원이 1965년 5월 영남고 재학 시절 소풍 때 친구들의 연주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매일신문 DB

영남고 재경 동문들에게 당시 납작만두라면은 늘 배고프던 시절 청춘의 영혼을 채워준 '보물' 같은 존재였다. 지금도 재경 동문모임 식탁에 대구에서 공수해 온 납작만두가 단골로 올라올 정도니 '명예 동문' 자격을 부여해도 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 재경동문은 "아직도 나에게 미성당은 야자 째고 월담해 라면을 즐기던 분식집"이라며 "납작만두에서 흘러내린 식용유가 라면국물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던 고소한 맛을 생각하면 지금도 침이 넘어간다"고 말했다.

최근엔 대구시장에 취임한 홍준표 동문에 대한 얘기가 꽃을 피운다. 영남중고를 졸업한데다 어디서든 영남고 출신임을 밝히는 당당함에 동문들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배보윤 재경총동창회장(28회)은 "홍 선배는 서울에서 활동할 때부터 재경총동창회에 애정이 많았다"며 "대구는 물론 대한민국을 한층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큰 일을 반드시 성취해 주시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재경총동창회는 9일 청와대 단체관람 행사를 진행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춤했던 동문들 간의 우애를 다지는 자리다. 이날 오후 뒤풀이가 예정된 서울 종로구 수송동 일대에는 학창시절의 추억에 젖은 졸업생들이 부르는 교가가 우렁차게 울려 퍼질 전망이다.

'장하도다 우리 학교는 영남의 제일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