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피해에 인건비 폭등…속타는 양파 농민

입력 2022-06-15 14:23:52 수정 2022-06-15 19:5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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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량 작년 대비 30% 감소, 인건비는 16만17만원선 껑충

양파 수확이 한창이 김천시 구성면 기를마을. 신현일 기자
양파 수확이 한창이 김천시 구성면 기를마을. 신현일 기자

산지 양파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해 1만2천 원 선이던 20㎏들이 양파값은 올해 1만4천~1만6천 원 선으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양파 재배 농민들은 수확량이 줄고 인거비가 크게 올라 울상이다.

13일 양파 주산지 김천시 구성면 기를마을. 한창 양파를 수확 중인 농민 여충기(44) 씨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여 씨는 "단수가 많이 줄어 생각보다 소득이 늘지 않았다"고 했다. 단수란 단위 면적당 양파 생산량(200평 당 20㎏들이 양파망의 수)을 말한다. 지난해 400망을 수확했는데 올해는 약 300망을 예상하고 있다.

올해 양파 수확량이 줄어든 이유는 가뭄이 가장 크다. 양파가 한창 자랄 시기에 비가 오지 않아 양파가 크지 못했다. 기를 마을은 감천과 인접해 있어 물 사정이 좋은 편이었지만 가뭄을 피해가지 못했다.

구성농협 관계자는 "구성면 양파농가를 평균하면 올해 수확량이 30% 정도 줄었다"며 "특히 다른 양파 산지는 상황이 더욱 좋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인건비 상승도 양파 농민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기를마을 이장 김장호(61) 씨는 "2020년 12만 원~13만 원 하던 인건비가 올해는 16만 원~17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 입국이 어려워진 탓이다. 이날 김 씨는 일손을 못구해 멀리 대전에서 외국인 근로자 31명을 불러 양파 수확작업을 했다. 여 씨도 구미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 20명을 데려와 양파 수확을 했다.

인건비가 천정부지로 오르자 구성농협과 양파 농민들은 그동안 인력에 의존해 왔던 양파 농사를 기계화하려는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농기계로 양파를 심어 수확도 농기계로 하는 방식이다. 보관도 사람 손을 거쳐야 하는 20㎏들이 양파망을 사용하지 않고 톤백을 사용한다.

하지만 아직은 도입 단계다. 지난해 처음으로 양파수확기를 시연하고 올해 선도농가를 선정해 기계로 양파 농사를 짓고 있다.

양파값의 터무니없는 등락도 농민들의 시름을 깊게 한다. 올해 3월 제주도에서 조생종 양파가 생산될 당시 양파값은 20㎏들이 한 망에 3천 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저장창고에 보관 중이던 양파와 조생종이 한꺼번에 시장에 출하된 탓이다.

농민들은 양파값이 오르면 정부가 나서 수입물량을 대량 확보하는 것도 불만이다. 올해도 양파값이 들썩이자 정부는 중국산 양파의 무관세 수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김장호 이장은 "양파 수확량이 줄어 양파값이 오르면 정부가 수입물량을 확대해 농민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양파 수확이 한창이 김천시 구성면 기를마을. 신현일 기자
양파 수확이 한창이 김천시 구성면 기를마을. 신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