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로 점심 먹은 윤석열 "권력, 서문시장서 나오는 것 같다"

입력 2022-04-12 17:39:21 수정 2022-04-12 20:50:16

대구 곳곳 누빈 윤석열…서문시장·동성로 자영업자들 만나며 민생 행보
권 시장과 함께 시장 국수 오찬…현장 간담회 상인들 고충 공감 "자영업자가 한국경제 허리"
초임 검사 시절 동성로 회상…상가 공실 해결 약속하며 위로 "제2의 도약 반드시 이뤄낼 것"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인사를 나누며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인사를 나누며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대구시민들 지지 잊지 마세요."

12일 당선 후 처음으로 대구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시민들은 열렬한 성원과 환호를 보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팔공산 동화사와 서문시장을 잇따라 찾은 데 이어 오후에는 달성군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예방한 후 동성로를 찾았다. 대구의 대표적인 상권인 서문시장, 동성로 상인들은 윤 당선인 방문을 계기로 활력을 되찾기를 소망했다.

◆서문시장 35일 만에 재방문

"권력은 서문시장에서 나오는 것 같다. 서문시장만 오면 아픈 것도 다 낫고 자신감을 얻게 된다."

윤 당선인이 이날 서문시장을 찾아 한 말이다. 윤 당선인은 대선 하루 전인 지난달 8일 서문시장에서 마지막 유세를 한 뒤 35일 만에 다시 서문시장을 찾았다. 대선 승리의 핵심 지지기반층에 대한 감사의 뜻이자,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에 대한 민생 안정 차원에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압도적 지지를 보내준 대구 지역을 찾았다. 12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한 윤 당선자가 시장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압도적 지지를 보내준 대구 지역을 찾았다. 12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한 윤 당선자가 시장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윤 당선인은 이날 황선탁 서문시장 상가연합회장 등 상인회 관계자 10명이 참석한 현장 간담회를 통해 시장 상인들의 고충·현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윤 당선인은 "우리 경제 사회의 허리가 되는 전통시장에서 자영업 하시는 분들이 과거와 같이 유복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국가 정부의 모든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중산층·자영업자를 우리 경제 사회의 허리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은 "온라인 유통이나 2년 전 코로나로 그야말로 빈사 상태에 있는 전통시장에 자영업하시는 분들이 직격탄을 맞아 전시와 다름 없을 정도의 혹독한 세월을 겪게 됐다"며 "대구는 코로나가 먼저 창궐해 정신 못 차리게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간담회 뒤 권영진 대구시장·상인회 관계자와 함께 국수 오찬을 가졌다.

윤 당선인이 도착하기 2시간 전부터 이미 서문시장 인근 도로·일대는 마중 나온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윤 당선인은 압도적 지지를 보낸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악수를 나눴다. 김춘희(68·대구 달서구) 씨는 "어려운 시기 민생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을 기대한다"고 했다.

시장 상인들도 당선 뒤 곧장 대구경북을 재방문해 준 데 대해 반기는 분위기였다.

채소 상인 김모(76) 씨는 "일상 회복이 됐다고 한들 여전히 많이 힘들다"며 "윤 당선인이 서문시장에 관심을 다시 가지면서 사람들이 많이 방문할 가능성이 생겼다"고 했다. 다만 "불시에 와서 요즘 시장의 업황이 어떤지 봤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면서 "대통령 당선인이 온다니까 이른 아침부터 모인 사람들로 마치 시장이 장사가 잘 되는 느낌을 준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분식점을 찾아 우동 국물을 떠 먹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분식점을 찾아 우동 국물을 떠 먹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분식집을 운영하는 최모(50) 씨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 모처럼 코로나 이전의 느낌이 났다. 점심 장사도 평소의 3~4배 이상으로 잘 됐다"며 "앞으로도 윤 당선인이 시장을 자주 방문해 시장 현안에 대해 많이 듣고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선탁 서문시장 상가연합회장은 "서문시장 입구 경관 노후화 문제, 지상철 서문시장역 입·출구 통로 개선 등 전통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 서문시장 현안 과제가 해결됐으면 한다"도 했다.

◆"공실 점포 완전히 사라지도록 하겠다"

이날 윤 당선인의 친민생 행보는 계속됐다. 서문시장 간담회와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에 이어 동성로를 방문했다. 동성로는 대구 최대 번화가이자 랜드마크로 꼽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영업제한 등이 2년간 지속되면서 폐업 등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박 전 대통령과의 회동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윤 당선인이 당초 도착 예정 시각보다 1시간가량 늦어졌고 기온이 30℃에 달했지만 환영을 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로 동성로 광장은 가득 찼다. 동성로 상가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을 열렬히 환영한다'는 상인들의 플래카드가 나붙기도 했다.

시민들의 환호 속에 등장한 윤 당선인은 옛 대구백화점 본점 앞 광장에 마련된 무대에서 "동성로에도 임대가 나가지 않는 공실 점포가 완전히 사라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제가 28년 전에 대구에서 초임 검사로서 첫 직장생활·사회생활을 했는데 그 시절엔 동성로 상권이 엄청났다. 다시 과거를 재현하고 제2의 도약을 제가 반드시 일구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제가 어려울 때마다 대구에 오면 늘 따뜻하게 저를 품어주셨고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셨다"면서 "여러분들 덕분에 어려운 과정도 힘든 줄 모르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 감사하다"고 했다. '어퍼컷' 세리머니도 잊지 않았다.

동성로 상인들은 윤 당선인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활력을 되찾길 바란다고 했다. 동성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34) 씨는 "윤 당선인이 이날 서문시장에 이어 동성로까지 찾아줬다"면서 "상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환호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박 씨는 "윤 당선인이 이날 찾은 서문시장·동성로 두 곳의 공통점은 코로나19로 손님이 끊기면서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들이 있다는 것"이라며 "윤 당선인의 향후 민생 행보는 자영업자가 힘들지 않게끔 하는 데 방점이 찍히길 바란다"고 했다.

이준호 동성로 상점가 상인회장은 "코로나 장기화와 온라인 시장의 성장으로 동성로 상권이 많이 침체된 상태"라며 "최근 방역수칙이 완화된 와중에 당선인의 방문으로 동성로가 활기를 띨 가능성이 생겼다. 동성로가 문화관광특구로 지정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동성로 방문을 끝으로 1박 2일간의 대구경북 지역 순회를 끝마쳤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압도적 지지를 보내준 대구 지역을 찾았다. 12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한 윤 당선자가 시장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압도적 지지를 보내준 대구 지역을 찾았다. 12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한 윤 당선자가 시장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지지자 열띤 환호 속에 동화사 방문

이에 앞서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대구 첫 방문지로 팔공총림 동화사를 찾았다. 윤 당선인을 보기 위해 불교 신자들은 물론 이른 시간부터 달려온 지역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배기철 동구청장 등도 일찌감치 나와 윤 당선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 10시 53분쯤 동화사 설법전 앞마당. 검은색 밴 차량에서 윤 당선인이 내리자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윤 당선인은 회주(會主) 의현 스님과 인사를 시작으로 지지자들을 찾고 일일이 손을 잡으며 환호에 화답했다.

지지자들은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사람이 붐빈 탓에 뒷줄에 있던 이들은 테이블에 올라가 휴대폰 셔터를 눌렀다. 일부가 윤 당선인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경호원이 제지했다.

이후 윤 당선인은 준비된 전기차량을 타고 대불마당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예불을 끝내고 다시 설법전으로 향해 불교 신도들과 20분간 차담회를 가졌다.

이날 약 40분간의 일정 가운데 윤 당선인의 공개 발언은 없었다. 다만 차담회에서 윤 당선인이 '선거 기간인 것처럼 착각이 들 정도로 환영해주셨다'는 취지의 감사 인사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장진석(60) 씨는 "윤석열 당선인을 보기 위해 근무 스케줄까지 조정했다. 심적으로 윤 당선인을 믿고 있고 당선인으로부터 기를 받기 위해 왔다"며 "지지했던 후보가 당선돼서 너무 기쁘고 무엇보다 경제발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모(83) 씨는 "윤 당선인이 후보였을 때 동화사 대불마당에서 기도하기도 했다. 윤석열과 동화사는 그만큼 인연이 깊고, 당선까지 됐으니 이곳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대통령으로서 부정부패 없이 나라를 부흥시켜주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