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6시간 운전' '택시비 수십만원'…공무원시험 응시한 확진자들 "괜히 신고했다"

입력 2022-04-06 13:46:31

인사처 별도 시험장 꽉 차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배정…불만 쏟아내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 필기시험이 치러진 2일 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장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 필기시험이 치러진 2일 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장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를 위해 마련된 별도 시험장이 꽉 차 울산에서 세종까지 가서 시험을 치러야 합니다." 2022년 국가공무원 9급 시험에 응시한 확진 수험생 A씨는 인사혁신처(인사처)의 통보를 받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시험 이틀 전인 지난달 31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A씨는 다른 응시자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된다는 생각에 이 사실을 인사처에 알렸다.

A씨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인사처가)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안 되며 환자에게 왕복 6시간 반을 운전해서 오라고 했다"면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방식이면 그냥 남들 걸리든 말든 당일 시험장에 가지 누가 코로나에 걸렸다고 신고하겠는가"라며 양심적으로 행동하는 수험생에게 피해를 주는 불합리한 처사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확진 판정을 받은 수험생들이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시험장을 배정받았다는 불만 사례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수험생 B씨는 "자가용이 없어 20만원을 내고 방역택시를 불렀다"고 했다. C씨는 "양심껏 자진신고했는데 부산에서 세종까지 가라고 한다"면서 "이렇게 확진 수험생이 많으면 인근에 시험장 한 곳을 더 마련하는 게 정상이 아닌가"라고 글을 올렸다.

50만원이 넘는 왕복 택시비가 부담스러워 포기한 수험생의 사례도 있었다.

또 다른 확진 수험생은 "시험 전날 저녁까지 시험장소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해 불안에 떨다 밤 10시 넘어서까지 수십번 전화를 걸고 나서야 겨우 인사혁신처와 전화 연결이 됐다"면서 "사전에 확진자 수를 넉넉하게 잡아 각 지역에 고사장을 마련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이번 국가공무원 9급 시험 응시자 중 코로나19 확진 인원은 1161명으로 파악됐다. 인사처가 확진·자가격리 수험생을 위해 마련한 별도 시험장은 경기 과천, 충남 천안, 충북 진천, 부산, 대구, 세종, 전남 나주, 전북 김제, 강원 춘천, 제주 서귀포 등 총 10곳이다.

인사처 관계자는 "확진자를 위해 병원이나 치료센터가 아닌 별도의 시험장을 마련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며 "장소 확보 등의 문제로 모든 지역에 별도의 시험장을 마련하기 어려웠던 점을 양해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