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에 목숨 걸고 역주행까지…대구 '나이키' 오픈런 넘어 '좀비떼런' 난리

입력 2022-01-14 22:05:52 수정 2022-01-15 19:08:05

"골프화를 와 저래 열심히 기다립니꺼? 골프가 자들한테도 인기가 많습니꺼?"

14일 오전 11시쯤 대구 한 백화점에서 만난 서형진(64) 씨는 "골프화를 사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뚫고 달려가는 청년들 무리를 봤다"며 골프의 인기에 혀를 내둘렀다.

서 씨는 스포츠로의 골프로 알았지만 그가 이날 지켜본 것은 미국 스포츠웨어 브랜드 나이키의 운동화 시리즈 '에어조던 1 로우 골프'의 선착순 판매 오픈런 광경이었다. 단순한 운동화라는 것을 뒤늦게 안 서 씨는 "우리 아들·딸 세대에는 저런 것이 없었다"며 "신기한 광경"이라고 웃어 보였다.

샤넬, 루이뷔통 등 명품 오픈런에 이어 운동화 오픈런까지 등장했다. 오픈런보다 더한 '좀비떼런'이라는 신조어도 생길 기미다. 나이키가 이날 오전 전국 일부 매장과 로드샵에 선착순 판매를 시작한 조던 1 골프 시리즈에 청년 수백 명이 몰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고 있는 대구 한 백화점 나이키 오픈런 영상을 보면 고객들이 매장에 더 빨리 도착하려고 전력질주 달리기를 하는 모습이 담겼다. 올라오고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역주행 해가며 황급히 내려오는 수십여 명의 조급함이 그대로 포착되기도 했다.

나이키 조던 골프의 오프라인 판매 지점. 온라인커뮤니티 캡쳐
나이키 조던 골프의 오프라인 판매 지점. 온라인커뮤니티 캡쳐

이를 본 누리꾼들은 "좀비들인 줄…부산행을 찍고 있네", "큰일나겠다", "넘어지면 밟혀죽을 듯" 등 위험천만하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한 누리꾼은 "영상을 자세히 보면 넘어지는 사람도 보인다"며 "한 번에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 위를 달리면서 그것도 역주행을 하고 있는데 저러다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 저러느냐"고 질책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역주행 무슨 일이고, 중국인들도 울고 가겠네"라며 "미개하다 미개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일부 나이키 애호가와 이날 현장에 있었던 고객들은 해당 브랜드의 판매 방식을 문제 삼기도 했다. 사전 번호표 배부 없이 가장 먼저 오는 고객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과열 경쟁을 불러 일으킬 수 있었다는 것.

이날 운동화를 못 산 A(25) 씨는 "출입구도 여러 곳인 백화점 앞에서 사람들이 일단 10시까지 막연히 기다렸다"​며 "직원이 QR코드를 체크하는 순간 먼저 들어가려고 하다보니 대기줄도 붕괴되고 휴대폰 먼저 보여주는 사람부터 들여보내 주면서 아수라장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벽부터 와서 기다린 사람들도 많은데 전혀 배려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 누리꾼은 "대기 고객들 매뉴얼도 전혀없었고, 이날 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나오는 분들 이 있기도 했다"며 "백화점이 이런 식으로 주먹구구 운영을 해도 되는 것이냐"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에어조던 1 골프. 나이키 홈페이지 캡쳐
에어조던 1 골프. 나이키 홈페이지 캡쳐

최근 20-30대를 중심으로 명품 소비가 늘면서 '리셀(Resell)' 플랫폼 시장의 몸집도 커지고 있다. 희소성 상품을 구매한 뒤 비싸게 되파는 리셀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젊은층의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떠올랐다. 럭셔리 명품 브랜드 뿐만 아니라 카테고리도 점점 다양해지는데 특정 브랜드의 운동화도 리셀 대세 품목으로 자리잡았다.

이미 나이키의 인기모델의 경우 리셀가가 정가의 수십배에 달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나이키와 가수 지드래곤이 협업한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 제품의 최고 리셀가는 2000만 원대였다. 출고가(21만 9000원) 대비 무려 100배에 달하는 가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