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앉아 체온 측정…"높아서 얼굴 인식 안 돼"

입력 2022-01-03 17:03:57 수정 2022-01-03 21:25:57

발열체크·QR코드 높은 곳 설치···노인·장애인엔 커다란 벽
장애인 "닿을 수 없는 위치 당황"…노인은 스마트폰 익숙지 않아
12월 백신접종스티커 발급 건수 하루 평균 20~30건 정도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 이모(40) 씨가 대구 동구청 앞에서 체온계에 서 있는 모습. 체온계는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탓에 이 씨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한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공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 이모(40) 씨가 대구 동구청 앞에서 체온계에 서 있는 모습. 체온계는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탓에 이 씨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한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공

카페나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하기 위해서 하는 발열체크와 QR코드 인증이 노인과 장애인에겐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점점 늘어나는 방역패스 적용 대상 시설에 노인들은 당혹스러운 경우가 많다. 다중이용시설 방문 시 백신접종 완료를 증명하기 위해 QR코드 인증이 주로 이뤄지는데, 노인들은 휴대전화 이용법에 어려움을 겪다 보니 방역패스 인증에 어려움을 겪는다.

김덕영(74) 씨는 "얼마 전 식당에 갔는데 와이파이가 제대로 안 돼 한동안 바깥에 서 있었다. 겨우 QR코드 인증 창을 띄워 식당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다른 노인들은 스마트폰 작동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입장하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고 했다.

노인들은 백신접종 스티커 발급을 선택한다. 대구 서구 비산 2,3동 행정복지센터 접종 증명서 발급 담당자는 "지난해 10월에는 하루에 1, 2건 정도에 불과했는데 지난달에는 하루에 20~30건 정도 접종 스티커 발급을 받으러 온다"며 "고령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보니 휴대전화 사용에 능숙하지 않아서다. 발급이 많아 기존 업무에 지장이 생길 지경이다"고 말했다.

김진흥 달서구노인종합복지관 관장은 "복지관은 3차 접종이 증명되어야 출입할 수 있고 또 방역패스가 강화되다 보니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며 "복지관 차원에서 시에 예산을 요구해 백신패스를 확인할 수 있는 앱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상 교육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방역패스 제도가 시작된 8일 대구 시내의 한 헬스장(왼쪽)과 목욕탕에서 관계자가 어르신에게 방역패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달 초 시작된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과 함께 이날부터는 백신접종 증명서나 PCR 음성확인서가 있어야 감염취약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방역패스 제도가 시작된 8일 대구 시내의 한 헬스장(왼쪽)과 목욕탕에서 관계자가 어르신에게 방역패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달 초 시작된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과 함께 이날부터는 백신접종 증명서나 PCR 음성확인서가 있어야 감염취약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휠체어 탑승 장애인은 물리적인 한계에 부닥치는 경우가 많다. 다중이용시설에 갖춰진 고정형 체온계와 QR코드 인식기가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설치돼 장애인에겐 높게만 느껴진다.

지체장애인 이모(40) 씨는 "구청이나 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할 때 QR코드 인증과 체온 측정을 거치는데, 닿을 수 없는 위치에 있어 당황스러운 경우가 많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조민제 장애인지역공동체 사무국장은 "QR코드는 높낮이 조절이 되는 기기가 보급되기도 하지만, 안내 직원들이 이를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휠체어 탑승 장애인이 요청할 때 높낮이 조절을 바로 해줄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