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정책에 분통" 들안길·곱창골목 식당들 간판불 껐다

입력 2021-12-28 19:27:02 수정 2021-12-29 00:22:59

정부의 거리두기 지침에 반발하는 자영업자들 소등 시위…"수시로 바뀌는 방침 더는 못 버텨"
"오후 9시 제한은 장사하는 사람들 벼랑 끝으로 내몬 것"
방역지침 바뀔 때마다 '자영업자 죽이기' 못 참아

28일 오후 대구 수성구 들안길 먹거리타운 일대 상인들이 코로나19 방역정책에 항의하는 의미로 간판의 불을 끄고 영업하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6개 소상공인 단체로 구성된
28일 오후 대구 수성구 들안길 먹거리타운 일대 상인들이 코로나19 방역정책에 항의하는 의미로 간판의 불을 끄고 영업하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6개 소상공인 단체로 구성된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대'는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반발해 간판을 소등하고 영업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8일 오후 5시쯤 대구 남구 대명동 안지랑 곱창 거리. '영업중'을 알리는 간판의 네온사인이 켜져야 하지만, 가게 주인들은 소등했다. 이윽고 저녁 6시에는 골목에 가로등 불빛 외에 어둠만 가득했다. 한 곱창 가게 주인 A(62) 씨는 "간판에 불을 켜면 손님들이야 한 두 명 더 오겠지만, 정부의 방역정책에 너무 분해 행동으로라도 표출하고자 소등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거리두기 지침에 반발하는 자영업자들이 가게 간판 불을 끄는 소등 시위를 진행했다. 오후 9시 제한을 비롯해 수시로 바뀌는 방역지침에 더는 못 버틴다는 항의 차원에서다.

이번 간판 소등 시위는 ▷외식업중앙회 ▷단란주점중앙회 ▷휴게음식업중앙회 ▷유흥업중앙회 ▷노래문화업중앙회 ▷PC문화협회 등 6개 단체가 연합한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대(코자총)의 주최로 지난 27일부터 이틀간 이뤄졌다. 코자총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약 30만개 업소가 간판 소등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찾은 안지랑 곱창 거리에 가게들은 대부분 영업 중이었다. 간판만 불이 꺼졌을 뿐, 가게 내부는 불이 켜져 있었고 출입문엔 주인들이 손을 흔들며 호객행위를 했다. 안지랑상가번영회에 따르면 70개 가게 모두 소등 시위에 동참한 것으로 전해진다.

28일 오후 6시쯤 대구 남구 대명동 안지랑 곱창 골목. 정부의 거리두기 지침에 반발하는 자영업자들이 가게 간판 불을 끄는 소등 시위를 진행했다. 임재환 기자
28일 오후 6시쯤 대구 남구 대명동 안지랑 곱창 골목. 정부의 거리두기 지침에 반발하는 자영업자들이 가게 간판 불을 끄는 소등 시위를 진행했다. 임재환 기자

이들은 이달 18일 정부가 대부분 시설의 영업시간을 오후 9시로 제한한 것과 관련, 현장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지침이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20년 동안 안지랑 곱창 골목에서 장사하는 B(60) 씨는 "정부의 오후 9시 영업 제한 지침은 장사하는 사람들을 벼랑끝으로 내몬 것이다. 오후 6시에 문 열어도 손님이 없고, 8시가 되면 손님을 받기도 애매해 돌려보낸다. 식당이나 카페와 같은 영업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내린 지침 탓에 생계를 위협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100만원 상당의 방역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사탕발린 말'이라며 비난도 거세다. 월세와 인건비, 공과금 등으로 수백만원부터 수천만원에 이르는 적자가 발생했는데, 단순 지원금 지급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날 대구 수성구 먹자골목인 들안길도 몇몇 가게를 제외하고 간판이 다 꺼졌다. 이곳 식당 주인들은 "연말이라 기대했던 단체 손님은 이제 허사가 됐다. 사적 모임 인원도 4명까지만 허용되고 영업시간도 짧아 저녁 장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코자총에 따르면 이번 간판 소등 시위에 참여한 업소들은 정부의 방역지침 불복종 운동을 계획하고 있다. 민상헌 코자총 공동대표는 "정부 방역지침으로 매번 자영업자만 죽어나고 있다. 이번 간판 소등 시위를 시작으로 향후 휴업부터 방역지침 불복종까지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