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쌀값 안정책 경북농민 성토…"20만톤 시장격리 충분치 않아, 최소 40만톤으로 늘려야"
경북 농민, "쌀 격리 물량 충분치 않고 시점도 너무 늦어"
정부가 쌀값 안정을 위해 20만톤(t)에 대한 시장격리 조치를 밝혔지만 농민들의 불만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쌀 생산량 증가에 대비한 선제 조치도 없었고 시장격리 물량도 충분치 않으며 격리 시점도 너무 늦었다는 성토가 쏟아진다.
28일 경북 지역 농민들은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정부의 쌀 수급 대응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안동의 한 농민은 "전년 시세가 괜찮은 작물은 이듬해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지난해 수매 가격이 높았던 쌀농사도 올해 재배면적 증가가 예견됐지만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날씨도 좋아 논 한 마지기(661㎡)에서 거두는 곡식이 지난해 40㎏, 8~9포대였다면 12~13포대로 늘어 풍년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쌀 공급 과잉이 충분히 예상된 만큼 잉여 물량에 대한 신속한 격리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로 학교 급식과 같은 대규모 소비가 줄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판촉도 줄어 쌀 시세에 악영향을 줬다는 게 농민들의 판단이다.
하지만 정부가 격리 발표를 차일피일 미뤘고 쌀 시장 가격은 속절없이 떨어졌다. 쌀값은 지난 10월 5일 20kg당 5만6천803원에서 이달 25일 5만1천254원으로 9.8% 내린 바 있다.
이재학 쌀전업농구미시회장은 "한참 전에 쌀 시장 격리가 발표됐어야 하는데 조치가 없다보니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면서 "그 떨어진 쌀 가격으로 뒤늦게 정부가 매입을 한다고 하니 농민들을 바보 취급하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주·문경 지역 농민들도 "정부의 쌀 격리 조치 타이밍이 너무 늦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문경의 농민 고재흠(62) 씨는 "올해 쌀 생산량이 늘어 가격 폭락 우려가 있자 영세 농민들은 자급할 것만 남겨놓고 대부분 농협RPC(미곡종합처리장) 등에 저가로 넘겼다"면서 "지금 정부가 추가 물량을 받으면 농협 등만 차익을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격리 물량에 대한 불만도 상당하다.
의성 쌀 전업농 전제경(63) 씨는 "정부가 20만t을 격리한다고 하지만 농민 생각은 다르다. 올해 쌀 생산량이 작년보다 크게 늘어난 만큼 최소 40만t 정도는 시장에서 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동 지역 한 농민은 "이미 떨어진 시세를 정상화하려면 정부가 잔여 물량으로 발표한 7만t뿐만 아니라 그 이상을 시장에서 격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농민들은 해마다 쌀 수급을 두고 혼란을 겪지 않으려면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이하 한농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는 이른 시일 내에 세부 매입 계획을 수립하고 시장 격리에 나서기 바란다"면서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근본적인 쌀값 안정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요청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쌀 수급 과잉이 반복되지 않도록 생산자단체,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벼 재배면적 조정 방안 등 내년 쌀 적정 생산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뒤늦은 입장을 밝혔다.
한편, 통계청이 앞서 지난달 15일 발표한 올해 쌀 생산량은 388만2천t으로 지난해보다 10.7% 증가해 수급상 26만8천t이 초과 생산됐다. 농민들은 올해 쌀 생산량이 소비 수요량을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에 쌀 수확이 시작되기 전부터 선제적 시장격리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이날 당정협의에서 쌀값 안정을 위해 내년 1월 쌀 20만t에 대한 시장격리(정부 매입) 조치를 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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