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평론가 곤란" vs 李 "당대표 제언 평론 취급"… 野초선 긴급총회 '대표 사퇴' 주장도

尹·김종인 "비상상황" "경고"
李 "제언하는 것이 민주주의"
초선 긴급총회 이준석 거취 논의… 사퇴 주장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상임선대위원장 사퇴 이후 당 내부 혼란이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선 후보가 이 대표를 겨냥한 듯한 경고성 메시지를 내고, 이 대표는 이를 곧장 반박성 입장으로 되받아치면서 대선 후보와 당 대표의 정면충돌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윤 후보는 27일 선대위 회의에서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아 비상상황이고, 가장 중요한 시기다. 누구도 '제3자적 논평가나 평론가'가 돼선 곤란하다"며 "직접 문제 해결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고 국민을 설득하고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최근 이 대표가 잇단 언론 인터뷰와 방송 출연에서 윤 후보를 향한 작심 발언과 쓴 소리를 쏟아낸 것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회의에서 "선대위에 참여한 모든 분들, 정당에 소속된 모든 분들이 각기 자기가 맡은 직책에서 최선을 다해 70여일 남은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정권교체를 해야겠다는 국민 여망에 부응하지 않고는 정치적으로 우리가 존재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한마디 더 경고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선거에 도움 주겠다는 많은 분이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과연 선거에 도움이 되는지 냉정하게 판단하고 발언해 달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당 대표는 당 대표로서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나갈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대선에서 국민 여망대로 정권교체를 못하게 된다면 그 다음에 당의 위치가 어떻게 될까를 짐작할 수 있을 거다. 여기서 국민 기대를 저버리면 국민이 완전히 버릴 수도 있다는 긴박한 생각을 하면 대선을 위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정치인이라면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의 경고성 발언은 선대위를 둘러싼 내홍이 커지고 있고 최근 윤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대한 위기의식도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선대위 인사들도 이 대표의 책임을 촉구하며 성토성 발언을 쏟아냈다.

조경태 공동선대위원장은 "후보와 당대표가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야 정권교체 바라는 국민들이 우리 당을 더욱 신뢰하고 후보를 믿고 지지할 수 있는 안정감이 확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용호 공동선대위원장도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가 경쟁했던 이낙연 전 후보와 함께 손잡고 있는데,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 있어야 할 대표가 보이지 않는다"며 "이런 부분에 지나치게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는데 비상한 생각을 갖고 후보를 비롯해 모든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3선의 김태흠 의원은 개인 성명을 통해 "당 대표라는 자리는 패널이나 평론가처럼 행동하는 자리가 아니라 무한한 책임이 따르는 자리다. 그런 당대표가 철없고 무책임한 행동을 하며 당원과 국민의 정권교체 열망에 재를 뿌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철딱서니 없고 오만하고 무책임한 행동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느냐"며 "가벼운 언행을 버리고 본연의 자리로 돌아오라"고 맹비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7일 오후 경기 성남 분당구 대장동 현장을 방문해 특검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누구나 본인이 속한 조직에서 더 나은 결과를 위한 제언을 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며 "당 대표가 당을 위해 하는 제언이 평론 취급받을 정도면 언로는 막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평론은 평가에 그치지만 제언은 대안을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평론가가 돼선 곤란하다'는 윤 후보의 지적을 맞받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이 대표는 상임선대위원장 사퇴를 계기로 선대위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표명해왔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준석을 죽이면 윤 후보의 2030 지지율이 올라가나? 최근 이런 당내 기류가 있는데 심각한 우려를 전한다"며 "잘못된 정책을 바꿔야 청년층 지지가 돌아온다. 이준석 죽이기에만 매몰되면 청년층 이탈을 더 부추길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철근 당 대표 정무실장도 페이스북에서 김태흠 의원을 향해 "이러니 '틀딱 꼰대'란 소리를 듣는 거다. 6·11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당대표를 선출한 당원과 국민들을 모욕하지 말라"면서 "0선 젊은 대표라고 '철딱서니' 등 발언은 도저히 듣고 있을 수가 없다. 망발은 즉각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이날 긴급 회동을 열고 윤 후보와 이 대표 간 갈등으로 촉발된 내홍 사태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들은 후보 중심으로의 단합을 강조하며 이 대표에게 자중을 요청하기로 뜻을 모았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초선 의원 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표의 최근 언행으로 인한 문제 등을 논의했다"며 "당이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모든 의원들이 동의했고 구체적인 방법을 놓고는 설왕설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부 참석자는 이 대표의 사퇴 필요성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NCND(neither confirm nor deny·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겠다)로 하겠다"면서 "화합하는 좋은 모양새로 가자는 의견도 있었고 조금 강경하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었다"고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