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도 못구해" 바깥 못지않게 냉기 가득 집 안…환기하려 문 열면 물 얼어붙어
쪽방 내 바닥만 미지근, 얇은 벽과 창문 틈 외풍으로 한기 가득
코로나19로 일자리도 마땅치 않아, 인력사무소에서 일 끊긴 지도 3개월
市 "한파에 쪽방촌 주민들 머물 수 있는 공간 안내하겠다"
영하권의 강추위로 접어들자 지역의 쪽방촌 주민들이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난방비 마련차 일을 하려해도 코로나19로 일거리가 사라지면서 애만 태우고 있다.
27일 대구 서구 비산동 북부정류장 인근 쪽방촌은 최저기온 –7.9℃를 기록했다. 전날은 -10.8도까지 떨어졌다. 매서운 찬바람이 불면서 체감온도는 –15℃를 밑돌았다. 쪽방촌 입구에 들어서니 허리를 숙여야만 들어갈 수 있는 쪽방 12채가 나왔다.
주민 A(83) 씨가 기거하는 쪽방을 들어갔다. 분명히 문을 닫고 들어왔으나 안과 밖의 온도 차는 실감할 수 없었다. 3.3㎡(1평) 남짓한 부엌에는 한기가 가득했다. 약 13.2㎡(4평) 규모의 내부도 연탄불로 데워 바닥만 미지근할 뿐, 얇은 벽과 좁은 창문 틈으로 외풍이 불어 위쪽엔 냉기가 여전했다.
A 씨는 지난해보다 올겨울이 더 춥다는 소식에 이내 걱정스런 반응을 보였다. 난방비가 더 필요해서다. 그는 "환기한답시고 조금만 문을 열어 놓으면 부엌에 있는 물이 꽁꽁 언다. 혹시나 전기세가 많이 나가지는 않을까싶어 전기장판을 안 켜고 연탄불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에게는 연탄값도 만만찮다. 쪽방촌 주민들에 따르면 동사무소로부터 매겨울 연탄 2천장씩 지원 받지만, 지난 11월부터 이듬해 3월 초까지 버티기 위해선 턱없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주머니에서 사비를 꺼내 추가로 연탄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쪽방촌 한 사람당 하루에 연탄 3장을 쓰는데 주민 12명이 나누어 쓰다 보면 2월도 못 가 바닥이 난다. 나머지는 연탄을 사비로 구해야 하는데 한 장에 750원이라 부담스러운 형편이다.

생활비를 벌어보려 해도 녹록지 않다. B(60) 씨는 10년 전부터 이곳 쪽방에서 지내고 있다. 애당초 그가 이곳을 보금자리로 정한 이유는 인력사무소에 따른 일자리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모든 걸 바꾸어 놓았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같이 새벽에 일어나 달려가지만, 매번 발걸음을 돌리기 일쑤라고 말했다.
B 씨는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나 인력사무소에 가면 100명 가운데 5명만 차출된다. 코로나19로 생활비를 못 번 지도 석 달이 넘었다. 모아둔 돈도 없어 월세도 수개월 밀려있다"고 말했다. 그의 방에는 연탄 외에는 마땅한 난방기구가 없다. 오로지 얇은 이불 하나로 겨울을 나야만 한다.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장은 "동절기 한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결국 쪽방촌이 갖고 있는 구조를 벗어나야 한다. 주민들의 생활 범위를 크게 침해하지 않는 곳에 추위를 견딜 수 있을 만한 임시거처를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구쪽방상담소에 따르면 지역 내 쪽방 거주자들은 약 660명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LH와 업무협약을 통해 재난임시쉼터를 계획하고 있다. 빈 원룸을 활용해 쪽방촌 주민들이 겨울은 물론 여름철 폭염에도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것이다"며 "'행복나눔의집'과 '희망하우스' 등의 시설이 있는데, 현장 방문 또는 안부 전화로 이 시설을 홍보해 쪽방촌 주민들의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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