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수 기자의 클래식 산책<끝>] <49> 베를린필 '송년음악회'·빈필 '신년음악회'

입력 2021-12-27 11:02:00 수정 2021-12-27 11:11:52

키릴 페트렌코·다니엘 바렌보임 지휘

매년 연말과 새해가 되면 전 세계의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을 설레게 하는 클래식 이벤트가 열린다. 바로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와 독일 베를린 필의 송년음악회이다. 클래식 애호가들은 물론이고 클래식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까지도 평생에 한 번쯤은 보고 싶어하는 음악회이다.

매년 1월 1일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라인에서 열리는 빈 필의 신년음악회는 1939년 세계 2차 대전으로 먹구름이 오스트리아를 뒤덮자 국민들의 애국심 고취와 아픔을 어루만지기 위해 시작됐다. 당시 지휘자인 클레멘스 크라우스가 12월 31일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곡으로 꾸린 공연을 선보였다. 1940년 12월 31일에도 요한 슈트라우스 2세와 요제프 슈트라우스의 작품들로 공연을 열어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이 공연은 바로 다음 날인 1941년 1월 1일에도 열어 첫 번째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로 기록됐다.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이 음악회의 지휘자는 무조건 '오스트리아 빈 출신' 또는 '빈에서 오랫동안 음악을 배운 사람'에 한정됐다. 그러나 1987년부터는 세계의 유명한 지휘자를 초빙하는 제도로 바뀌었다.

'2022년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는 2009년과 2014년 신년음악회의 지휘자였던 다니엘 바렌보임이 다시 한번 지휘를 맡아 새해의 희망찬 메시지를 전한다. 올해는 왈츠의 아버지로 불리는 요한 슈트라우스 1세 아들들의 곡과 슈트라우스 일가의 영원한 경쟁자였던 칼 미하엘 지러의 곡을 빈 필 신년음악회 역사상 처음 선보인다.

또 하나의 특징은 앙코르 곡을 빠른 폴카나 갤럽 등의 춤곡,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 등을 연주하는 것이 전통이다. 특히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연주 직전에 지휘자와 빈 필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청중에게 새해 인사를 한다.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주할 때는 청중이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베를린 필 하모닉은 신년음악회 대신 한해를 마무리하는 송년음악회를 갖는다. 송년음악회는 12월 31일만이 아니라 29일과 30일에도 같은 프로그램으로 열린다. 올해 송년음악회는 2019년 8월부터 베를린 필을 이끌고 있는 상임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가 '21세기 현의 여제'로 불리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재닌 얀센과 함께 막스부르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여행이나 외출이 어렵다면 송년음악회와 신년음악회로 연말을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