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창으로 뼈가 보일 지경"…늘어나는 요양병원 '방임학대' 의심사례

입력 2021-12-22 10:46:20

코로나19로 대면면회가 어려워진 요양병원에서 고령환자들을
코로나19로 대면면회가 어려워진 요양병원에서 고령환자들을 '방임학대'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요양병원에서 고령 환자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방임 학대'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자녀들의 면회가 어려워지면서 병세가 심각하게 악화되는 경우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허리를 다친 뒤 대구 수성구 한 요양병원에 입원한 80세 A씨(여). 아들 B씨는 코로나19로 면회가 금지되며 어머니를 뵙지 못했고, 지난해 12월 면회를 하게되면서 어머니 상태에 크게 놀랐다. 건강했던 A씨가 가족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욕창이 심하게 생겨 엉덩이와 고관절 부위 피부가 괴사해 뼈가 드러난 채로 방치돼있었던 것.

B씨는 치료를 위해 어머니를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하지만 해당 요양병원은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B씨는 지난달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같은 사연을 올리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요양병원 측이 약물로 어머니의 하루종일 잠만 자게 만들어 '화학적 구속'을 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입원 이후) 어머님이 주무신다고 전화를 못 받으시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면서 "병원 측의 편의를 위해서 일반 성인도 복용시 정신이 멍하고 잠이 쏟아질 정도로 많은 정신병 약을 지속적으로 과다 처방해 어머님은 하루 종일 멍한 상태로 침대에서 잠만 주무셨다"고 말했다.

이어 "일명 잠자는 약물로 팔순의 어머님을 화학적 구속(Chemical Restraint)해 사지가 완전히 굳게 만들어서 욕창이 발생하는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지난해 7월 입원 후 10월까지 간호 일지상에는 피부 상태는 정상 또는 특이사항이 없다고 기록돼있었지만, 의사 처방 노트에는 9월 10일에 욕창이 악화돼 같은 달 28일 드레싱을 했다고 기록돼있어 의료기록 조작 가능성도 제기했다.

B씨는 "요양병원은 욕창 환자인 어머니에게 주 6회 도수 치료를 총 125회 시행했다고 기록하기도 했다"며 뼈가 다 드러날 정도의 욕창 환자에게 도수치료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요양병원의 방임학대가 의심되는 사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여수에서도 한 요양병원에 입원해있다가 사망한 80대 고령 환자가 심한 욕창이 있었다는 사실이 장례를 치르다 밝혀졌다. 유족들은 6개월간 대면 면회를 못하는 사이 욕창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경북 안동의 한 요양병원이 80대 노인을 방치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고, 최근 방임 학대 판정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요양병원을 관리감독하는 각 보건소는 권고만 할 수 있을 뿐 수사기관에 신고할 권한 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학대가 발생했거나 서비스가 부실한 요양시설은 과감히 퇴출시키는 제도 개선과 함께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가족이 요구하면 공개하도록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