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는 사업 실패 후 집 나가고 아들은 2년 전 췌장암 투병하다 세상 떠나
손주 4명 돌보지만 셋째 손자는 사춘기로 갈등 잦아…첫째 손자는 허리 아파
대구의 한 임대아파트. 이른 아침부터 할머니 서지선(가명·77) 씨가 전날 싸둔 각종 반찬을 끌차에 차곡차곡 담는다. 거세지는 추위에 옷을 한층 더 여미고 집을 나선다. 기차역까지 가기 위해선 한참을 걸어야 한다.
무거운 끌차와 함께 수십 개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기차역에 도착하니 어느새 등에 땀이 흘러내리지만 숨도 돌릴 틈 없이 플랫폼으로 향한다. 서 씨는 일주일에 세 번 대구에서 왜관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싣는다. 그곳에 홀로 있는 16살 손자가 굶지 않고 있는지 마음은 조급하기만 하다.
◆아들은 췌장암으로 세상 떠나
하나뿐인 아들이 2년 전 겨울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들이 편히 살다 갔으면 덜 억울하지만 아들은 고생만 하다 떠났다. 젊은 시절 아들은 필리핀에서 며느리를 만나 한국으로 함께 들어왔다. 결혼을 하고 줄줄이 4명의 자녀가 생겼지만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며느리는 지인을 통해 영어 학원을 물려받았다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3개월 만에 그만뒀다. 그 후 술장사를 시작했지만 들어오는 돈보다는 나가는 돈이 훨씬 많았다.
부족한 생활비는 아들 부부의 싸움 원인이 됐다. 둘은 갈등이 잦았고 며느리는 결국 아이를 두고 집을 나갔다. 그 후 아들은 온갖 일에 뛰어들었다. 홀로 네 명의 아이를 키워야 했기에 낮에는 택배, 저녁엔 대리운전에 나섰다. 그래도 부족한 생활비로 서 씨 집을 찾아 쌀 한 바가지를 퍼가는 날도 잦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은 갈비뼈 통증을 호소했고 종양이 발견돼 절제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에도 아들의 건강 회복은 쉽지 않았다.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계속 일만 했던 아들은 수술 2년 만에 황달 증세가 심해졌고 췌장암 판정을 받았다. 이미 손 쓸 수 없을 상태에 이른 아들은 암 판정 1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손주 4명 홀로 돌봐
아들 부부가 떠난 뒤 4명의 손자, 손녀만 덩그러니 남았다. 서 씨는 한동안 아들 집이 있던 왜관에서 거주하며 아이들을 키웠다. 성인이 된 첫째 손자는 돈을 벌러 경기도로 떠났고 둘째 손녀는 구미의 한 고등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서 씨 역시 그런 생활이 힘에 부쳤다. 손주를 돌보려면 왜관에 있어야 하지만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데다 귀도 잘 들리지 않은 남편이 대구에 있어 매번 대구와 왜관을 오가야 했다. 결국 서 씨는 아들 집을 정리하고 중학생 셋째와 초등학생 넷째 손주와 함께 자신의 집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셋째 손자가 자꾸 엇나갔다. 엄마의 가출과 아빠의 죽음은 아이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대구로 전학 왔지만 아이는 도통 적응을 하지 못했고 학교 밖을 나돌기 바빴다. 결국 '왜관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던 손자의 말에 어렵사리 값싼 원룸을 하나 얻어 서 씨는 왜관으로 향했다. 하지만 혼자 있고 싶다는 손자의 성화에 못 이겨 대구에서 출퇴근을 하게 됐다. 그 생활만 1년째다.
손주를 위해 열심히 살고 있지만 통장 잔고는 텅텅 비기만 한다. 두 집 살림을 위한 생활비에다 셋째 손주 월세까지 감당해야 하지만 수급비와 노령연금 110만원이 전부다. 첫째 손자 역시 혼자 벌어 생활비를 감당하고 있기에 도와달라는 말하기가 미안하다. 게다가 첫째 손자가 최근 허리 통증이 심해 수술을 받아야 한다. 경기도 생활을 접고 대구로 와야 한다. 수술비와 간병은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다.
서 씨에겐 딸도 있지만 결혼 후 미국으로 이민 간 뒤 소식이 끊겼다. 딸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알 길이 없다. 서 씨는 "젊었을 때도 늘 고생만 했는데 아직까지 이러고 있다"며 자신의 팔자가 사납다고 했다. 유일한 희망은 손주뿐이지만 도대체 어떻게 해야 손주를 잘 키우는 건지 모르겠다. 그런 서 씨는 굽은 허리로 말없이 곁에 앉아 있는 막내 손녀의 머리만 하염없이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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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전달 내역]
◆간경화와 뇌종양 걸린 이혜찬 씨에게 2,200만원 전달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은 간경화와 뇌종양에 걸리면서 생활이 힘든 이혜찬(매일신문 12월 7일 자 10면) 씨에게 2천200만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삼이시스템 10만원 ▷박전호 20만원 ▷변대석 5만원 ▷이창세 5만원 ▷이창영 5만원 ▷라선희 3만3천원 ▷김종균 3만원 ▷강지원 1만원 ▷김백녕 1만원 ▷김수민 1만원 ▷이운대 1만원 ▷가지영 이진기 각 5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간경화와 알코올 중독 앓는 한보영 씨에게 2,001만원 성금
알코올 중독과 간경화를 앓고 있는 한보영(매일신문 12월 14일 자 10면) 씨에게 44개 단체 129명의 독자가 2천1만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상서고(거점 비즈쿨 학교) 교직원 및 학생일동 131만4천원 ▷DGB대구은행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빛명상본부 6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뉴프라임(성점화)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태린(최원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라하우젠트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매일신문 사회부 일동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김영준치과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이보영)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원일산업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5만원 ▷중앙안과의원(김일경)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평리수련원 3만원 ▷농억회사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대원전설(전홍영) 2만원 ▷모두케어(김태휘) 2만원 ▷하나회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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