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20개 중형급 병원 '5% 전담 병상' 명령에 반발

입력 2021-12-16 15:03:00 수정 2021-12-16 21:27:38

중수본 행정명령…지역 허가 병상 5천569개 중 228개 지정 통보
"동선 분리 힘들고, 의료진 없다" 병원들 현실적 어려움 호소

지난 13일 오후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송된 코로나19 환자를 음압 휠체어에 태워 병동으로 이동하고 있다. 매일신문DB
지난 13일 오후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송된 코로나19 환자를 음압 휠체어에 태워 병동으로 이동하고 있다. 매일신문DB

중앙정부가 대구 지역 중형급 병원 11곳에 코로나19 전담 치료 병상을 5%씩 내놓을 것을 강제하는 행정명령을 내리자 일부 병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기존 환자들과 동선 분리가 불가능하거나, 호흡기 내과 치료를 할 수 있는 의사가 없는 병원에도 일괄적으로 할당 명령이 내려지면서 현실과 맞지 않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중앙사고수습본부는 규모가 200병상 이상인 대구경북 20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허가 병상 수 대비 5%를 코로나19 전담 병상으로 지정한다고 통보했다.

대구 지역 대상 의료기관은 드림병원, 전인병원, 문성병원, 굿모닝병원, 더나은병원, 더블유병원, 나사렛종합병원, K마디병원, 천주성삼병원, 곽병원, MS재건병원이다.

경북에서 행정명령을 통보받은 의료기관은 국군대구병원, 구미강동병원, 김천제일병원, 상주성모병원, 상주적십자병원, 영남대 의과대학 부설 영천병원, 청도대남병원, 에스포항병원, 좋은선린병원 9곳이다.

대구에서 총 허가 병상은 2천534개로 이 중 5%가 코로나 전담병상으로 추가되면 126개, 경북은 총 허가병상 2천35개 중 102개가 코로나 전담병상으로 활용하게 된다.

정부는 확보 명령이 내려진 후 3주 이내인 31일까지 시설과 병상 확보를 완료하라면서 각 지자체에 관련 계획을 취합해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행정명령을 통보받은 병원 상당수는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예외 적용을 요청했다. 16일 오전 개최된 전국 중형병원과 중수본과의 화상 회의에서도 이 같은 불만이 쏟아졌다.

A병원 관계자는 "호흡기내과를 담당할 의료진이 없다 보니 모니터링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사실상 치료 역할은 불가능하다. 무조건 환자를 받으라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했다.

B병원 관계자는 "5%인 열댓 명의 코로나19 환자를 받기 위해서는 50병상이 넘는 병동 전체를 격리하고 동선을 분리해야 한다. 더욱이 출입구가 하나 뿐인 중형급 병원에서 동선 분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C병원 관계자는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에서 환자를 감당하지 못해 2차 병원으로 밀려드는 상황"이라면서 "허가 병상수라는 일괄적인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병상 가동률을 고려한 유동적인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대영 대구시 시민건강국장은 "서울·수도권이 상황이 워낙 위중하다 보니 중앙정부가 이 같은 행정명령을 내린 것 같다"면서 "지역 상황과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병원들의 어려움을 충분히 감안해 조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