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능 풀어본 스탠퍼드대 박사연구생 "터무니 없이 어렵고 모순 덩어리"

'출제 오류' 논란으로 행정소송까지 진행 중인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대해 이 분야 세계적 석학이 평가원을 지적했다.
집단유전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조너선 프리처드(Jonathan Pritchard) 스탠퍼드대 빙 석좌교수(Bing Professor)는 11일 해당 문항에 대한 해설을 트위터로 공유하면서 "집단 유전학, 중대한 대학입학시험, 수학적 모순, 법원의 가처분명령"이라며 "(흥미 있을 만한) 요소를 다 갖추고 있다"(This story has it all)고 적었다.
그는 수학적·통계학적 방법과 컴퓨터 알고리즘 등을 동원해 유전 변이와 진화를 연구해 왔으며, 2013년 미국유전학회의 에드워드 노비츠키 상(Edward Novitski Prize)을 수상했다.
한국 학생으로부터 문제의 수능 문항을 제보 받은 그는 연구원들에게 이를 과제로 던졌고, 그중 박사과정생 매튜 아기레(Matthew Aguirre)가 작성한 해설을 트위터로 공유했다.
아기레 연구원은 이 문제에 대해 "터무니없이 어렵고, (스포일러 주의!) 사실은 푸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의 조건이 불완전하더라도 답은낼 수 있으므로 문항의 타당성이 유지된다'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KICE)의 주장에 "'모순 발견 전에 답을 낼 수 있는 것'은 평가원이 특정한 접근법을 썼기 때문일 따름이며, 또다른 접근법을 택하면 답을 내 보기도 전에 모순에 맞닥뜨리게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에 해당하는 상세한 계산과정을 포함한 풀이를 공개했다. 아기레 연구원은 "타당한 풀이가 있다고 말하려면 의도적으로 진실을 계속 외면(willful blindness)해야만 한다"면서 평가원의 태도를 강력히 비판했다.
올해 11월 치러진 2022학년도 수능에서 논란이 된 생명과학Ⅱ 20번은 집단 Ⅰ과Ⅱ 중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는 집단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보기'의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문항이다.
해당 과목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물론이고 교사들, 학원 강사들,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문항 자체에 오류가 있고 정답이 존재할 수 없는 것이 명백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정 집단의 개체 수가 음수(-)가 되는 중대한 오류가 발생해 제시된 조건들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집단이 존재할 수 없으므로 문항 자체가 오류라는 것이다.
그러나 평가원은 지난달 29일 이 문항에 대해 '이상 없음' 결론을 내리면서 "이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서의 타당성은 유지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행정소송을 냈으며,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이달 9일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정답결정을 유예토록 평가원에 명령했다. 이번 사건 본안 소송 1심 재판의 결과는 이달 17일 오후 1시 30분에 선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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