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보호', 개인경호로 오인할라…경찰, 용어 변경 검토

입력 2021-12-07 20:07:36

"용어 개선에 치중 않아…법적 절차, 보호 범위 등 시스템 전반 재점검"

스토킹으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김병찬이 2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스토킹으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김병찬이 2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신변보호'라는 경찰 행정 용어가 민원인의 개인 경호까지 해준다는 의미로 해석되자 경찰이 용어를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서울 신변보호 대상자가 피살된 뒤 국민 실망이 커진 것을 우려한 모양새다.

경찰청은 7일 현장 대응력 강화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기존 사용하던 '신변보호' 용어를 다른 단어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대체할 용어로는 ▷경찰 보호지원 ▷안전지원 ▷위험관리 ▷긴급우선출동대상 ▷우선안전조치 ▷폴(Pol·Police)케어 서비스 ▷신변안전조치 등 제안이 나왔다.

다만 신변보호라는 단어는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특정강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공익신고자보호법, 공공재정 부정청구 금지 및 부정이익 환수 등에 관한 법률, 범죄피해자 보호법, 피해자보호 및 지원에 관한 규칙 등 관련법에도 명시됐다 보니 용어를 바꾸려면 법률 검토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안건은 해당 용어가 민원인이나 일반 시민들에게 '대상자를 밀착 경호하는 제도'로 인식되는 데 따른 부담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데이트폭력 피해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을 살해하고 도주한 30대 남성이 하루 만에 경찰에 붙잡혀 20일 오후 서울 중부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중부경찰서는 이날 낮 12시 40분께 신변보호 대상이었던 30대 여성 A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A씨의 전 남자친구인 30대 B씨를 대구 소재 숙박업소에서 검거했다. 연합뉴스
데이트폭력 피해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을 살해하고 도주한 30대 남성이 하루 만에 경찰에 붙잡혀 20일 오후 서울 중부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중부경찰서는 이날 낮 12시 40분께 신변보호 대상이었던 30대 여성 A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A씨의 전 남자친구인 30대 B씨를 대구 소재 숙박업소에서 검거했다. 연합뉴스

최근 서울 중구에서 신변보호 대상자가 피살되는 사건으로 국민 관심이 높아지자 경찰 내부에서도 이를 의식하는 모양새다. 최근 경찰 내부망에도 '신변보호라는 용어 좀 바꿀 수 없을까요'라는 글이 등록돼 찬반 댓글 100여 개가 달렸다.

다만 경찰은 용어 개선에만 치중하지 않고 신변보호 시스템 전반을 두루 고민해 개선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신변보호 체계의 법적 근거와 한계, 절차, 보호 대상자의 범위와 제도 운영의 내실화 방안 등을 모두 살피겠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외국 사례와 연구용역 등을 통한 전문가 의견 수렴, 현장 의견 취합 등을 통해 신변보호 개선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