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실리는 원전 재가동] 경주·울진·영덕 '탈원전 폭격'
"안정적 전격 수급 실패…경제·사회적 손실 9조원"
내년 3월 대통령 선거 후 한국 탈원전 정책에 메가톤급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 4년여 동안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으로는 향후 국내의 안정적인 전력 수급이 어렵다는 점이 탈원전 정책의 틀을 바꾸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또 한전의 적자로 큰 폭의 전기요금 인상이 예고되는데다 원전산업 생태계가 망가지는 심각한 국가적 재앙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특히 '원전 없이는 탄소 중립이 불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 나오는 가운데 유럽 일부국가들은 원전으로 뉴턴을, 중국과 미국은 원전 확대에 동참하고 있다.
즉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에너지 정책판을 다시 짜야 한다'는 분위기가 세계의 주류가 되고 있는 것이다.
경북도는 최근 '울진 신한울 3·4호기와 영덕 천지 1·2호 등 신규 원전 백지화와 경주 월성1호기 조기 폐쇄에 따라 연인원 1천272만명 지역 고용이 감소했다'는 탈원전지역 피해 분석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또 '경제·사회적 손실은 원전건설과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건비와 용역, 각종 기자재 구매대금, 또 지역 법정지원금과 지방 세수 등을 모두 더 할 경우 무려 9조400여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월성1호기 멈춘 경주
2022년까지 수명을 10년 연장키로 하고 설계변경 시설비 등으로 7천여억원을 투입했던 월성1호기. 하지만 2019년 월성1호기가 영구정지되면서 양남면 나아리는 강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먼저 월성1호기에 종사하던 한수원 직원 300명 가운데 일부와 용역인력 200명이 나아리를 떠났다.
이어 연 2회 2개월 동안 실시하던 원전설비 안전점검과 노후 부품 교체 등의 작업을 위해 나아리를 찾았던 노무자 1천명의 발길이 끊어졌다.
이 때문에 노무자들이 숙소로 사용하던 월 40만원 수준의 원룸과 모텔 등의 공실이 늘어났다. 나아리에서 연 숙박비 수입만 대략 16억원이 사라졌다.
이들의 식비와 부식비를 하루 3만원으로 계산하더라도 연간 36억원의 수입이 없어진 것이다.
인접한 양남 주상절리공원을 방문하던 주말 하루 4천명 이상 관광객들도 '월성1호기 조기 패쇄 원인이 방사능 유출'이라는 사실무근 뉴스가 나오자마자 발길을 뚝 끊어버렸다. 인근 식당가의 매출은 30%이상 감소했다.
특히 ' 월성원전 2·3·4호기 역시 수명 연장이 되지 않아 2029년까지 모두 폐쇄'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월성원전 남문 앞의 땅은 3.3㎡ 당 400만원하던 매매가가 현재 반값으로 폭락했다. 지금은 부동산 거래 자체가 사라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나아리에는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만약 월성원전 2·3·4호기가 모두 폐쇄된다면 나아리 역시 원전과 함께 소멸된다'는 비관론이 주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벌써부터 '집단 이주대책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 중단된 울진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이 중단된 울진지역에서는 볼멘 목소리만 나온다.
2017년 12월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으로 울진군은 막대한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손실도 엄청나게 입었다.
원전 건설 중단에 따른 고용피해만 24만 명에 달하고 향후 수십 년간 지원될 각종 법정지원금 2조5천여억원도 사라져 버렸다.
여기에다 특별지원금 1천800억원으로 추진한 대규모 사업 중단과 지연 등으로 인한 손실도 막대하다.
원전 건설 중단에 따른 고용감소가 인구감소로 연결되는 악순환도 이어졌다. 2016년 5만 명이 넘던 인구가 지난 9월 말 현재 4만7천명으로 무려 3천800여명 줄어들었다.
이에 따른 지역공동화 현상으로 원룸·주택 등에 공실이 대규모로 발생했다. 일감이 없어 중소기업 도산과 식당 등의 폐업도 잇따랐다.
원전이 있는 북면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A(57) 씨는 "연일 만석이던 식당이 지금은 적자 운영되고 있다"면서 "언제까지 이 고통이 계속될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울진군의회 장유덕 원전관련특별위원장은 "신한울 3·4호기 건설은 정부와 국민과의 약속이었다'면서 "원전이 정치적 희생양이 돼 버리면서 울진군민들이 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천지원전 백지화된 영덕
'원전이 건설되면 인구가 7천~8천명 늘어나고 경기가 활성화 된다'는 희망에 한동안 지역 부동산 경기가 일어나고 읍·면 소재지 식당과 술집에 활기가 넘쳤던 영덕군.
하지만 2017년 천지원전 계획이 백지화되면서 영덕에서 탈원전 피해가 완연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인구는 계속 줄고 건설 경기는 얼어붙었다. 원전과 관련해 외부에서 들어왔던 돈과 사람모두가 떠났다. 영덕읍에서 조차 오후 9시만 되면 거리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또다른 탈원전의 피해는 원전특별지원금 380억원(이자 포함 409억원) 반납이었다.
2012년 영덕이 천지원전 예정구역지정이 고시된 후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모두 380억원이 군으로 입금됐다.
하지만 문재인정권 이후 영덕 원전이 백지화되자 산업통상자원부는 2018년 영덕군 원전특별지원금 회수를 결정했다. 올해 3월에는 천지원자력발전소 예정구역 지정 철회를 심의‧의결했다.
이에 영덕군 주민들은 '원전 특별지원금 회수 저지 범군민 투쟁위원회'를 구성해 대정부 투쟁에 나섰고 군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다 원전 예정 부지에 사유지를 가진 석리주민들도 8년간 재산권 행사를 제한받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석리의 55가구는 2012년 천지원전 예정 부지에 포함됐다. 그 후 주민들은 개발행위 제한으로 집수리조차 못했으나 탈원전으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지난해 6월 이들에게 주어진 보상은 공공요금과 집수리 비용 등으로 지급된 가구당 1천600여만원. 이마저도 현금 직접 지원이 불가능해 아직도 공익재단 등을 통한 지급 방법을 찾고 있다.
현재 영덕에는 천지원전 유치 과정에서 생긴 주민 갈등과 '부자 마을이 된다'는 희망고문에 시달린 깊은 생채기만 남아 있다.
◆경주 양남면 나아리 홍중표 이장

경주 나아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홍중표 이장은 월성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주민들의 현 정권 성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향후 월성 2·3·4호기 폐쇄가 이어질 경우 "1천50여명 주민들은 결사 투쟁할 방침"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홍 이장은 "2017년 정부는 원전 조기 패쇄 때 반드시 주민 의견을 수렴키로 약속했었다"며 "향후 주민들이 폐쇄 원전을 안고 살아야 하는 점 때문에 정부가 한 약속인데, 그마저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월성1호기 폐쇄로 나아리 식당과 숙박업소 등의 손실은 연간 80억원에 달한다"며 "무엇보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라는 괴소문이 퍼지면서 동경주 핫플레이스인 나아리의 부동산 가치 하락뿐 아니라 거래 자체가 실종됐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원전이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대목에서는 "현 정권이 탄소중립을 외치면서도 CO2 배출량이 원자력의 68배인 화력발전에 대한 비판은 거의 하지 않는다"며 "애꿎은 원전만 물어뜯는 비현실적인 정치논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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