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5·18 유공자 등 109명 "광주만의 비극 아냐"

입력 2021-11-26 16:54:27 수정 2021-11-26 20:22:36

국가에 소송…경북대·계명대서 시위하다 체포
폭언·폭행·물고문 겪고 실형 확정…"개인의 삶에 끼친 불행 되짚고파"

법무법인 맑은뜻이 26일 오후 3시 대구지법 앞에서
법무법인 맑은뜻이 26일 오후 3시 대구지법 앞에서 '대구지역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 국가 배상 청구 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열었다. 허현정 기자

대구에 사는 5·18민주화운동 유공자들이 26일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법인 맑은뜻은 이날 오후 3시 대구지법 앞에서 '대구지역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 국가 배상 청구 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열고 "일반적으로 5·18 민주화운동은 광주만의 비극으로 여겨졌지만 전두환 등 헌정질서 파괴자들에 대한 저항은 전국 곳곳에서 일어났다"며 "5·18 유공자들이 겪은 정신적 손해를 일부나마 배상받고자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소송의 원고는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경북대, 계명대 등 지역 대학에서 시위를 하다 경찰에 붙잡혀 고문, 감금 등을 당한 학생 및 가족 109명이다.

이번 소송은 지난 5월 헌법재판소가 국가로부터 보상금을 받은 경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한 취지의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의 관련 조항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명대 학생이던 김모(63) 씨는 "당시 전국 각 도시에서는 헌정 질서 파괴 행위에 항거한 민주화 투쟁이 번지고 있었다"며 "이를 진압하기 위해 국가는 무자비하고 불법적인 공권력을 행사했고 개인의 삶은 송두리째 짓밟혔다"고 말했다.

이어 "영장 없는 체포, 폭언과 폭행, 물고문 등을 겪었고, 1981년 육군계엄고등군법회의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이 확정됐다"고 했다.

이들은 애초 전두환 전 대통령을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하려고 했지만, 지난 23일 전 전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피고에서 제외했다.

김무락 변호사는 "이번 소송을 통해 신군부 세력의 헌정 질서 파괴 행위가 유공자와 그 가족들의 삶에 초래한 불행의 의미를 되짚어보고자 한다"며 "5.18 민주화운동의 가치가 상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같은 날 5·18 유공자 및 가족 916명도 서울중앙지법에 국가를 상대로 943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대구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와 변호인들이 26일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소장을 제출하고 있다. 허현정 기자
대구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와 변호인들이 26일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소장을 제출하고 있다. 허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