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과 결별 수순 밟나…尹 선대위 구성 삐걱

입력 2021-11-23 18:00:24 수정 2021-11-23 21:45:43

김종인 "더는 정치 얘기 싫어" 사실상 합류 않겠다는 뜻 내비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무실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무실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인선에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더 이상 정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며 사실상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을 뜻을 비치면서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서울 종로구에 있는 사무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 선대위 합류 관련 질문에 "나는 지금 내 일상으로 회귀하는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말의 뜻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김 전 위원장은 "나도 내 할 일을 해야 한다"면서 "내가 그런 거에만 신경 써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회동 가능성에 대해 "어제 다 이야기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윤 후보와 전화통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더 이상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는 것으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어떤 상황에서 대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에 대해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며 "그걸 잘 음미하시면 내가 왜 이런 결심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선거에 대해서 나한테 구차하게 묻지를 말아 달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이 이처럼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기로 하면서 양측이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윤 후보도 이날 오전 MBN 보고대회 '모빌리티 혁명 신(新)문명을 열다'에 참석한 자리에서 '김 전 위원장의 의중을 파악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기자님들이 좀 파악해보라", "그 양반(김종인) 말씀하시는 건 나한테 묻지마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심지어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했지만, 김 전 위원장이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도 주변에 이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윤 후보 측과 김 전 위원장은 전날에도 선대위 합류 여부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지난 주말 윤 후보는 "우리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은 김종인, 상임선대위원장은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이 맡기로 했다"고 공식화하면서 선대위 구축을 마무리 짓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선대위 '원톱'으로 알려진 김종인 전 위원장 안건이 상정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김종인 전 위원장은 하루 이틀 시간을 더 달라 해서 본인께서 최종 결심하면 그때 올리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선대위 구성이 난항을 겪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윤 후보 측은 김 전 위원장이 시간이 필요할 뿐 합류는 기정사실이라며 갈등설을 진화했지만 김 전 위원장은 침묵으로 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