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날 기다리는 2030…文정부 실정이 '분노 투표' 불질렀다

입력 2021-11-18 17:59:41 수정 2021-11-18 20:43:48

취업·집값…"목소리 내야 세상이 바뀐다"
조국 사태로 現정권과 대치, 재보선 때 투표응징 희열감
與 기득권 유지에 페미 악용…MZ 남성 불만 계속 쌓인 듯

17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17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행동하는 보수지지 연대' 회원들이 '기성 정치권의 부패와 구태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정치권의 무능함을 비판하는 의미로 요소수 통에 담긴 물을 몸에 붓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취업은 어려워지는데 집값은 평생 월급을 모아도 살 수 없는 지경으로 올랐어요. 울분을 토하는 심정으로 투표장에 가려고요."(서울 거주 20대 여성 A씨)

"페미니즘은 절대적 성역이 아닙니다. 남성 역차별을 없앨 수 있는 후보에게 반드시 투표할 겁니다."(대구 거주 30대 남성 B씨)

내년 3·9 대선이 아직 4개월가량 남았지만, 2030의 투표의지는 벌써부터 들끓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기 위해서, 아니면 내 목소리를 잘 들어주는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서 투표 날이 다가오기만을 벼르고 있다.

최근 대선에 대한 2030의 관심은 이례적일 만큼 높다. 낮은 취업률과 집값 폭등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청년정책 실패가 2030의 '분노 투표'를 야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2030에게 두 가지 변곡점이 있었다고 분석한다.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은 "2030이 현 정권에게서 마음이 돌아선 첫 번째 이유는 단연 조국사태다. 딸 조민 씨의 증명서 위조 의혹 등은 2030의 핵심 뇌관인 입시와 취업 문제를 둘 다 건드려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내로남불 정권에 대한 불만을 가지다, 지난 4·7 재보선 때 자신들이 투표를 해보니까 당선자가 바뀌는 희열감을 느꼈다. 자신들이 목소리를 내야 세상이 바뀐다고 느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조국사태로 폭발한 2030의 불만이 지난 4·7 재보선을 통해 제도권으로 반영되면서 이들이 생애 첫 정치 효능감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2030 남성들의 반페미니즘 물결도 이들의 높은 정치참여를 유도하고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장 소장은 "최근 2030 남성들은 페미니즘에 대한 분노가 상당하다. 특히 민주당을 향해 페미니즘을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 수단으로만 악용한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고 했다.

2030을 하나의 집단으로 싸잡아 묶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채장수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30은 디지털사회에서 내 목소리를 SNS 등을 통해 증폭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이를 통해 2030의 요구와 불만들이 가시화된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2030의 정치참여를 세대적 관점으로만 바라봐선 곤란하다. 지방대와 수도권대, 정규직과 비정규직처럼 2030 내에서도 사회적 격차는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