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지속되고 있는 중국 베이징에선 지난 11일 우리에겐 생소한 중국 공산당의 핵심인 중앙위원들이 모여 '역사결의'를 내놓았다.
이번 결의는, 중국공산당이 '역사결의'를 내놓거나 말거나 우리나라에선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지만 마오쩌둥(毛泽东·1945년)과 덩샤오핑(邓小平·1981년)에 이어 40년 만에 나온 세 번째 역사결의다. 그렇기에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사소한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짚고 가는 것이 어떨까 싶다.
현재의 중국 최고지도자인 시진핑(习近平) 주석이 연임을 하든 후계 구도를 완성하든, 그런 문제를 우리의 대선 구도와 비교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시 주석은 3차 역사결의를 통해 내년 가을 3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슷한 시기에 취임한 시 주석은 문재인 정부를 넘어 차기 정부와도 온전하게 공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정치적 의미로는 시 주석이 마오쩌둥, 덩샤오핑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3대 최고지도자'의 위상을 확보하게 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신중국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과 '개혁 개방의 전도사' 덩샤오핑과 달리 시 주석이 지난 10년간 어떠한 혁혁한 공(功)을 세운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발표된 중국공산당의 3차 역사결의 골자는 "시진핑 주석을 당 중앙 핵심으로 삼고, '시진핑 사상'을 지도 이념으로 삼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추진과 공동 부유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시진핑 사상'이 이미 3대 혁명 사상의 하나로 중국 헌법에 반영돼 있고 시 주석도 두 지도자와 마찬가지로 '당 핵심'으로 추대됐다는 점에서 결의는 내년 당 대회에 앞선 일련의 정치 일정의 하나일 뿐이다.
중국은 내년 2월로 예정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대회', 7월 청두(成都) 유니버시아드대회, 9월 항저우(杭州) 아시안게임 등 줄줄이 이어지는 스포츠 행사를 통해 시 주석의 지도력과 중화굴기를 전 세계에 과시하면서 10월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을 공식화한다는 일정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3차 역사결의는 사실 장쩌민(江泽民) 전 주석 이후 후진타오(胡锦涛) 전 주석에 이르기까지 20년간에 걸쳐 확립된 중국 최고지도자의 10년 집권이라는 관례를 무력화하는 한편,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의 1인 독재체제로 회귀한다는 반동적인 결의라는 혹평도 받고 있다. 덩샤오핑은 마오쩌둥의 장기 집권에 따른 폐해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각성으로, 2차 역사결의를 내놓은 후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 취임하면서도 당과 국무원의 최고지도자 자리를 절대로 맡지 않았다.
무엇보다 덩샤오핑의 2차 역사결의의 핵심은 마오쩌둥 시대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정리에 있었다.
'건국 이래 당의 약간의 역사 문제에 관한 결의'라는 제목의 역사결의는 덩샤오핑이 제시한 '개혁 개방' 노선을 확고하게 지지하는 한편, 문화대혁명(1966~1976)을 '10년간의 동란'으로 규정했다.
"당과 국가, 인민에게 건국 이래 가장 엄중한 좌절과 손실을 겪게 했다"는 문화대혁명에 대한 처절한 반성이었다. 다시 문화대혁명 시대나 마오쩌둥 시대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중국공산당의 결의를 다진 셈이다. 그러면서 마오쩌둥의 업적에 대해서는 "공적이 제일이고, 잘못은 두 번째"라며 '공칠과삼'(功七過三)이라는 평가를 분명히 하면서 톈안먼 광장에 내걸린 마오쩌둥의 초상화를 떼내지 말고 그대로 걸도록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런데 이번의 3차 역사결의는 덩샤오핑이 주도한 2차 결의 핵심 사항을 부정하거나 이에 반(反)한다는 점에서 반동적이자, 좌경적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마오 시대가 저지른 최대 과오인 문화대혁명에 대한 반성을 이어받지 않은 채 "중국 인민은 구세계를 잘 파괴했을 뿐만 아니라 신세계 건설을 잘했고,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었으며,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고 두루뭉술하게 과거를 언급하면서 '문혁'에 대한 재평가의 길을 열기도 했기 때문이다.
3차 역사결의를 통해 가게 될 '시진핑 중국'의 길에 대해 중국 인민들이 어떠한 평가를 하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길이 국내적으로는 장기 집권을 공식화하고 대외적으로는 중화제국의 부활을 추구하는 패권국가의 그것이라면 우리에게 보다 정치(精緻)하고 확고한 장기적인 대응 방안을 요구한다.
그것은 친중(親中), 반중(反中)의 범주를 뛰어넘는 대중(對中) 국가전략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
'어대명' 굳힐까, 발목 잡힐까…5월 1일 이재명 '운명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