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 P.K.를 아시나요?

입력 2021-11-17 15:30:00

최재갑 경북대학교치과병원 구강내과 교수
최재갑 경북대학교치과병원 구강내과 교수

의과대학이나 치과대학의 3,4학년이 되면 거의 대부분의 수업시간이 임상실습에 배정돼 있다. 그래서 하루 종일 의사가운을 입고 병원에서 근무하게 되는데, 이런 학생들을 흔히 P.K.라고 불렀다. P.K.는 독일어 'Poly Klinic'의 약자인데 여러 임상과를 순회하면서 임상실습을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P.K.라는 호칭이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요즘은 많은치과대학에서 P.K. 대신 '원내생'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학생들의 임상실습은 의사가 되기 직전 단계에서 의사로서의 역할을 현장에서 체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치대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임상실습을 통해서 강의실에서 배운 의학지식이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그리고 환자의 증상을 어떻게 진단하고 어떤 치료과정을 거쳐서 문제가 해결되는지를 보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환자와의 대화를 통해 환자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고 의사로서 갖추어야 할 인간사랑의 기본적 소양을 함양하게 된다. 특히 요즘은 의사나 치과의사 국가시험에 필기시험뿐만 아니라 실기시험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대학에서 학생들의 임상실습을 발전시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임상실습의 방법에 있어 의대와 치대 사이에 큰 차이점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의과대학의 임상실습이 주로 교수님의 진료를 참관하는 것으로 구성돼 있는 반면, 치과대학의 임상실습은 참관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즉, 치과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학생들이 반드시 일정 수 이상의 환자를 직접 치료하도록 하는 것이 치과대학 교육의 큰 장점이다. 교수님들의 감독 하에 학생들이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 의학교육 과정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는 재차 거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학생들이 환자를 직접 치료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환자에게 안전한 진료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말 그대로 학생은 아직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독자적인 진료를 할 수 없고 반드시 교수님의 감독 하에 진료가 이뤄져야만 한다. 또 학생들이 환자를 직접 치료하기 전에 치아모형 상에서 충분한 연습을 하도록 해서 실제 진료에서는 사소한 실수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대부분의 치과대학에서는 학생들의 임상실습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지도·감독하기 위해 학생전용 진료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담 인력도 배치돼 있다.

물론 학생의 치료를 받는 환자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약간의 불안감이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학생들의 진료활동이 철저한 준비와 지도, 감독 하에 이뤄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비싼 치과치료비 때문에 일부러 학생 진료를 신청하는 이들도 많다. 학생 진료를 받으면 비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교수님의 감독 하에 치료가 이뤄져 오히려 치료 결과에 대한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에 비해 일반적인 치과 치료비가 저렴할 뿐만 아니라 전국민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는 다른 상황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직접 치료해야 할 환자를 확보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치과대학의 일반적인 현실이다. 치과대학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우리나라 의료 발전과 의료복지의 초석이 된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임상실습에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최재갑 경북대학교치과병원 구강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