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로 번진 ‘요소수 파동’…요소비료 창고 텅 비었다

입력 2021-11-10 17:27:16 수정 2021-11-12 06:25:41

한국비료협회, "농업용 요소 가격 작년 연말 대비 3배 올라"
대구에도 요소비료 사재기 열풍…판매량 전년 대비 13배↑
불안한 농민 문의 빗발쳐도…정부 "내년 2월까지는 충분"

10일 오후 대구 수성구 고산농협 비료창고가 텅 비어있다. 지난달 말부터 공급이 끊긴 요소비료는 품절되고 다른 성분의 비료만 일부 남아있다. 고산농협 관계자는
10일 오후 대구 수성구 고산농협 비료창고가 텅 비어있다. 지난달 말부터 공급이 끊긴 요소비료는 품절되고 다른 성분의 비료만 일부 남아있다. 고산농협 관계자는

중국발 요소수 품귀 대란이 산업계에서 농업계로 번지고 있다. 대구경북 곳곳에 '요소비료' 사재기와 가격 급등 현상이 벌어지는 등 지역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농한기에 불붙은 비료 수요

요소는 차량·공장에 쓰이는 공업용 이외에도 농업용(비료)으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한국비료협회에 따르면 요소로 만든 단일·복합비료에 대한 국내 농가의 연간 사용량은 약 45만~50만t(톤) 규모로, 전체 사용량의 45%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추수가 끝난 뒤인 11월은 농한기로, 비료 수요가 거의 없는 시기다. 그러나 최근 국제적인 요소 가격 인상과 맞물리며, 요소비료 가격이 폭등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한국비료협회 관계자는 "농업용 요소의 t당 거래 가격이 이달 초 1천달러를 넘어서, 작년 연말(290달러) 대비 3배 이상 올랐다. 비료업체들이 요소 수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추후 요소비료 가격 인상은 당연한 일이고, 당장의 물량 확보조차 어려워 비료의 안정적인 공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글로벌 가격 인상 요인이 국내에 반영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비료 유통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농협중앙회로, 국내 비료업체로부터 연초에 생산업체들과 단가계약을 맺고 비료를 다량 사들인 뒤, 지역농협을 통해 농가에 되팔고 있다. 현재 요소비료의 가격은 포대(20kg)당 1만2천원 정도다.

그러나 현재 요소를 둘러싼 일련의 상황들이 농민들 사이의 불안감을 증폭시켰고, 이는 요소비료 사재기로 이어지고 있다.

◆대구에 닥친 요소비료 사재기 열풍

농협중앙회 대구지역본부에 따르면 11월 1~9일간 대구 내 지역농협 19개 지점의 요소비료 판매량은 모두 3천734포대로 전년 같은 기간(287포대) 대비 13배 이상 폭증했다.

9일 기준으로 요소비료 재고를 전부 소진한 지역농협 지점도 7곳이나 된다. 현재 추세대로면 재고가 남은 12개 지점도 며칠 안으로 창고가 텅 빌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농협 일부는 매점매석을 막기 위해 1인당 비료 구매 수량을 제한하는 강경책까지 꺼내 들었지만,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지난 10월 말 기준 130여 포대의 요소비료를 보유한 공산농협은 최근 판매 수량까지 제한했지만 결국 재고가 동이났다. 1인당 요소비료 구매를 1포대로 제한했음에도 지난 9일부로 모조리 팔려버린 것이다.

공산농협 관계자는 "마치 지난해 '마스크 대란'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일주일 새 요소비료 수요가 급격히 늘어 전부 팔려버렸다"며 "농민들의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비료가 언제 입고될지는 우리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월동작물 많은 달성군…농민들 걱정 크다

요소비료 품귀 현상으로 유독 큰 피해를 받는 것은 달성군 농민들이다. 양파, 마늘, 양배추 등 월동작물과 비닐하우스에서 원예용 작물 등을 주로 재배하는 달성군에는 겨울철 비료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논공농협 관계자는 "농민들이 불안심리로 사재기에 나서며 요소비료는 지난 8일 다 떨어졌고, 복합비료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며 "비료를 제때 살포하지 않으면 농사를 모두 망칠 수 있기에, 농민들의 걱정이 크다"고 설명했다.

논공 일원에서 양배추, 양파 등을 재배하는 정병만(63) 씨는 최근 요소비료를 구하고자 지역농협을 찾았지만, 전부 허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농사경력 40년간 요소비료 품귀 현상은 처음 겪어봤다. 당장 12월부터 연초까지 주기적으로 비료를 살포해야 하는데, 비료 비축분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내년부터 오를 비료 가격에 대한 걱정도 만만찮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편 정부는 내년 2월까지 요소비료가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0일 긴급회의를 통해 올해 말까지 요소비료 예상 수요량은 1만8천t인데 현재 확보된 비료 물량은 이보다 많은 3만5천t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 1∼2월 공급 가능 물량도 9만5천t으로 예상 수요량인 4만4천t보다 많다고 설명했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영농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원자재 수급 안정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농업인들은 실제 필요한 물량만을 구매해 가수요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주실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