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북대 상주캠퍼스의 기억과 꿈

입력 2021-11-18 11:16:52 수정 2021-11-18 15:52:52

이시철 경북대 교학부총장

이시철 경북대 교학부총장
이시철 경북대 교학부총장

75년이 100년을 만났다. 경북대학교가 지난해 공대 50주년에 이어 올해는 인문대 70주년, 행정학부 지천명(知天命) 등 엄중한 감염병 국면에서도 기억과 기록을 공유하며 이를 꿈으로 이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식 명칭이나 제도 측면이 아닌 내용상의 '창학' 기년을 따질 경우, 경북대 의대는 약 100년을 거슬러 1923년의 대구의학강습소 3년 과정까지도 당연한 역사로 포함시킬 수 있을 터이다.

1921년 상주공립농잠학교가 설립됐다. 상주는 조선 초기 경상감영이 자리했던 유서 깊은 도시다. 상주목사가 경상감사를 겸직할 정도로 지역의 이름과 영향력이 경주와 함께 영남권 최고 도시였다. 세계적인 인기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에도 상주는 경상도의 중심으로 나온다.

교육은 어떠했을까. 조선시대에는 서원이 나름대로 지금의 사립대학 비슷한 역할을 맡았다. 1606년 세워진 상주 도남서원은 하버드대학보다 30년 앞선 사립대로서 경상도 수부 도시의 고등교육을 일부 맡았다는 의미가 크다.

현재의 대학 체계와 맞출 경우 1960년대 이후에야 전문학교-산업대학-국립상주대학으로 진화해 왔지만, 경상도 중심 지역의 고등교육을 능히 분담해 온 역사와 가치가 흔들리지 않는다. 전임 KT&G 사장, 서울변호사회장 등 전국적 인물 외에 상주 시민들에게 익숙한 동문으로 전임 상주시장, 현직 시의원 5명 등이 여기서 공부하였다.

상주캠퍼스의 젊은 동문 2명은 2018년 한국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컬링에서 메달을 따내지 않았는가. 주로 대구경북 학생이 다수인 대구캠퍼스와 달리 상주의 경우 충청권, 수도권 학생들이 오히려 더 많다는 다양성의 특장은 필자의 수업에서도 직접 경험하였다.

2008년 통합경북대가 상주에서 출범한 이후 좋은 학생들과 우수한 교수들이 많이 들어왔으며 크고 작은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아쉬움과 서운함도 여전해 갈 길이 멀다. 물리적인 시설로는 그간에도 꾸준히 확충되어온 기반 위에 2022년에는 240억 원짜리 '창의융합교육관' 사업이 시작될 예정이다.

다만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은 여전히 높다. 젊은 학생들의 대도시 지향성을 누가 뭐라 할 것인가. 사회와 교육 환경의 급변에 따라 이전의 사고 틀로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지난해 입시에서 약 70명이 미달한 것은 심각한 증상의 일부로 아마도 끝이 아니리라는 우려가 크다.

상주와 대구를 함께 발전시키려는 취지로 진행 중인 학사제도의 변화 등도 학생, 교직원의 공감과 이해가 동반되어야만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큰 방향은 아마도 분리 아닌 연결, 폐쇄 아닌 개방, 현상 유지 아닌 선제적 변화라고 본다. 상주시와 경상북도에서도 가일층의 성원과 지원을 보내주리라 믿는다.

자주 오지 않을 100주년을 그냥 낭비해선 안 된다. 모든 도시엔 과거가 있고, 모든 과거엔 미래가 동반한다. 극단적인 수도권 집중 여파로 지역마다 큰 위기를 겪고 있는데, 특히 충청, 전라, 강원과 같은 도 명칭의 직접 유래가 된 도시들 중 상주만큼 인구·경제 측면에서 고전하는 곳이 없다고 한다.

이에 대학의 발전이 도시 발전의 핵심임을 되새기며, 그 기반은 옛 상주대와 현 상주캠퍼스의 우수 인력 자원 및 브랜드임을 거듭 깨닫는다. 연말까지 경북대 중앙도서관에서 '개교 75주년 특별사진전'이 '75+100'이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다. 동문, 재학생, 교직원, 지역민의 관심과 성원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