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꺾인 채 피흘리며 끌려다녔다…故황예진씨 CCTV속 '그날'

입력 2021-11-04 08:38:12 수정 2021-11-04 08:38:25

의식을 잃은 채 남자친구에게 끌려가는 故황예진씨. JTBC 보도화면 캡처
의식을 잃은 채 남자친구에게 끌려가는 故황예진씨. JTBC 보도화면 캡처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숨진 고(故) 황예진 씨(25)의 폭행 당시 장면이 담긴 미공개 CCTV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는 폭행으로 쓰러져 정신을 잃은 황씨가 남자친구에게 목까지 꺾인 채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모습이 담겼다.

지난 3일 JTBC '뉴스룸'은 사건 당일 모습이 담긴 37분 분량의 CCTV 영상 중 일부를 공개했다.

황씨는 지난 7월 25일 남자친구였던 이모씨(31)에게 폭행을 당한 뒤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8월 17일 사망했다.

공개된 영상에서 이씨는 의식을 잃은 황씨를 끌고 건물 1층 엘리베이터에 탔다. 이씨는 황씨가 살던 8층에 도착한 뒤 다시 1층 아래 로비층을 눌러 황씨를 끌고 내려갔다. 이 과정에 황씨의 머리는 앞뒤로 꺾였고, 바닥에 이마를 부딪치기도 했다. 황씨가 지나간 자리에는 핏자국이 남아있었다.

싸움은 집안에서 먼저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가 자신을 붙잡는 황씨를 침대 위로 밀쳐 넘어뜨리자, 황씨가 맨발로 따라 나와 머리채를 잡았다. 그뒤 이씨는 황씨를 10번 정도 벽에 밀쳤다. 바깥 주차장으로 향하는 언덕에서도 폭행이 이어졌다. 이후 두 사람이 건물로 돌아온 뒤 황씨가 의식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식을 잃은 채 남자친구에게 끌려가는 故황예진씨. JTBC 보도화면 캡처
의식을 잃은 채 남자친구에게 끌려가는 故황예진씨. JTBC 보도화면 캡처

이씨는 황씨가 주변 지인들에게 자신과 연인이라는 사실을 알렸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119에 신고 했으나, 폭행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당시 신고 음성에 따르면, 이씨는 "머리를 제가 옮기려다가 찧었는데 애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기절했다"며 거짓 신고를 했다.

검찰은 지난달 6일 이씨를 상해치사죄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4차례에 걸친 폭력 행위로 머리뼈와 뇌, 목에 손상을 가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적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안동범)는 4일 오전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한 공판을 진행한다.

황씨 유족 측은 입장문을 통해 "가해자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음에도 상해의 고의만을 인정해 상해치사죄로 기소한 것은 유감스럽다"며 "딸과 같은 사례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데이트 폭력으로 사망 사건이 발생한 경우에는 엄중한 형사처벌을 내려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