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교황, 따뜻한 나라 출신이라 겨울 방북 어려워"

입력 2021-11-02 17:40:48 수정 2021-11-02 22:25:57

'선거 개입' 부정적 시선에 선그어
"종전선언과 연결짓지 말고 방북 자체로 봐주셨으면…"
"대화 지어냈다 가당치 않아"

29일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을 했다. 문 대통령은 앞선 2018년 10월에도 교황청을 방문, 교황과 면담을 가졌다. 2021.10.29 청와대 제공
29일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을 했다. 문 대통령은 앞선 2018년 10월에도 교황청을 방문, 교황과 면담을 가졌다. 2021.10.29 청와대 제공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2일 프란치스코 교황 방북 추진과 관련해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항상 기도해 주는 교황의 북한 방문은 만들어지는 이벤트가 아니라, 그 자체로 숭고한 행보"라고 밝혔다.

야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교황 방북 요청을 두고 제기한 '종전선언 제안의 연장선', '선거 개입 아니냐'는 부정적 시선에 대해 선을 그은 것이다.

박 대변인은 이날 영국 현지에서 가진 KBS 라디오와 전화 인터뷰에서 "종전선언, 베이징올림픽 이런 것들과 연결 짓지 않고 그 자체로 봐주셨으면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교황이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과 관련해 "시기에 대해 예단하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 "교황이 아르헨티나, 따뜻한 나라 출신이기 때문에 겨울에는 움직이기 어렵다고 알고 있다"고 했다. 교황이 당장 북한에 가기 어려운 상황임을 에둘러 말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변인은 또 문 대통령 임기 내 교황 방북 가능성에 대해선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고 여러 변수가 다 잘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도 북한 반응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노력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교황청이 추진하는 사안이라서 구체적 말씀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29일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을 했다. 문 대통령은 앞선 2018년 10월에도 교황청을 방문, 교황과 면담을 가졌다. 2021.10.29 청와대 제공
29일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을 했다. 문 대통령은 앞선 2018년 10월에도 교황청을 방문, 교황과 면담을 가졌다. 2021.10.29 청와대 제공

아울러 박 대변인은 교황청 보도자료에 방북 요청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한반도의 평화 발전을 위한 공동의 노력과 선의' 부분에 방북이 내포돼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전 세계의 정신적 지주인 교황과 대화를 지어낼 수는 없다"며 "어떻게 그렇게 가당치 않은 상상을 할 수 있나"라고 유감을 표했다. 교황이 '북한에서 초청장이 오면 기꺼이 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는 설명이다.

반면 야권은 문 대통령의 교황 방북 추진이 내년 대선을 겨냥한 '대북 이슈'라며 회의적 입장이지만, 명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는 데는 주저하는 분위기다. 자칫 남북 평화를 원치 않는다는 뉘앙스를 풍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마리요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유럽연합(EU) 대사와 면담에서 교황 방북과 관련해 "최근 대북 관계에 있어서 종전선언이라든지 교황의 방북 관련해서 유럽과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 오고 있다"면서도 "국내 정치와 결부해서 생각했을 때 대선을 앞두고 매우 조심스럽게 추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기현 원내대표도 "문 대통령이 내년 대선 직전까지 어떤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려 한다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난다"며 "문 대통령이 교황 방북을 거듭 요청한 것을 보면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 한다는 항간의 소문이 헛소문이 아니었다고 여겨진다"고 주장했다.

29일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을 했다. 문 대통령은 앞선 2018년 10월에도 교황청을 방문, 교황과 면담을 가졌다. 2021.10.29 청와대 제공
29일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을 했다. 문 대통령은 앞선 2018년 10월에도 교황청을 방문, 교황과 면담을 가졌다. 2021.10.29 청와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