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 유언 "과오에 깊은 용서 바란다"(종합)

입력 2021-10-27 16:22:00 수정 2021-10-27 20:29:58

아들 노재헌 변호사 유언 공개…"5·18에 미안한 마음 자주 피력"

27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에 무궁화대훈장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27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에 무궁화대훈장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이 남긴 "과오를 너그럽게 용서해 달라"는 유언이 27일 공개됐다.

노 전 대통령의 유족인 아들 노재헌 변호사는 이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생전 유언에 관해 "잘했던 일과 못했던 일 모두 본인의 무한책임이라고 생각하고 계셨다"고 밝혔다.

노 변호사는 "특히 5·18 희생자에 대한 가슴 아픈 부분, 그리고 이후의 재임 시절 일어났던 여러 일에 대해 책임과 과오가 있었다면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기를 바랐다"며 "역사의 나쁜 면은 본인이 다 짊어지고 가시겠다. 앞의 세대는 희망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평소에 하셨다"고 전했다.

앞서 노 전 대통령을 대신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에 관해 거듭된 사죄를 했던 노 변호사는 이날 유언을 전하면서도 5·18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유지(遺旨)를 강조했다.

노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이) 재임하자마자 광주 5·18의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를 위한 노력도 나름대로 했고, 관련 특별법도 제정했다"며 "하지만 이후 관련된 처벌도 받고 여러 정치적인 상황에서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부분도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5·18에 관해) 평소 갖고 있던 미안한 마음과 사과하는 마음, 역사를 책임지는 마음을 많이 피력하셨는데, 10년 넘게 누워계시고 소통이 전혀 안 되는 상태여서 직접 말씀으로 표현하지 못하신 게 아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노 전 대통령의 유언에 관해 "돌아가시기 전 육성으로 남기진 못했지만,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 평소에 남기신 말씀을 간단히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의 장지에 관해서는 "현충원 국립묘지도 명예스럽지만, 고인과 인연이 있고 평소의 북방정책과 남북 평화통일 의지가 담긴 파주 통일동산에 묻히셨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고 그렇게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감사하게도 국가장으로 장례 절차를 결정해주셨다"고 정부에 사의를 표했다.

노 변호사는 "오래 병석에 계셨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도 많고 갑자기 돌아가셔서 방황하기도 했지만, 많은 분들이 애도를 표해주시고 위로 말씀을 전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