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연경동 '운산벌꿀' 양봉장.
해뜨기 무섭게 그놈들이 또 쳐들어왔습니다.
대문 앞을 맴돌더니 순식간에 공중납치 합니다.
자식 같은 꿀벌들이 속절없이 끌려갑니다.
팔이 굳도록,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습니다.
꿀을 뜨고 난 여름부턴 한숨 돌릴 시간인데
요즘은 11월까지 매일 이렇게 말벌과 싸웁니다.
새끼 육아에 꿀벌의 몸속 단백질이 최고라며
늦가을까지 징하게 꿀벌을 채 가기 때문입니다.
초가을인데 벌 100통 중 벌써 20통이나 털렸습니다.
오늘은 잠잠하던 장수말벌도 떴습니다.
요란한 '드론소리'에 스크럼을 짜고 버텨보지만
작두 같은 이빨에 꿀벌이 맥없이 나가떨어집니다.
몇 마리만 들이쳐도 벌 한통이 금세 거덜납니다.
더 센놈은 꿀벌의 저승사자 등검은말벌입니다.
등검은말벌은 동남아가 서식처인 아열대 외래종.
2003년 부산에 첫발을 들인 후 세력을 키우더니
장수말벌도 개무시하며 한반도를 싹 점령했습니다.
떼로 몰려와 벌통이 빌 때까지 꿀벌을 물고갑니다.
이들의 등살에 양봉을 접은 농가도 여럿입니다.
피해는 이 뿐이 아닙니다.
수정을 돕는 화분매개 역할은 1도 안하면서
곤충을 닥치는 대로 절단내 식물 생태계를 망칩니다.
이젠 빌딩숲까지 내려와 바쁜 소방관을 괴롭힙니다.
이놈에게 쏘여 목숨을 잃는 일도 잦아졌습니다.
유럽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2004년 프랑스에 첫 유입 후 11개국으로 퍼져
피해가 커지자 유럽연합(EU)이 공동대응에 나섰습니다.
EU가 TF팀을 꾸려 개발한 추적기를 벌에 달고 날려
평균 40분 안에 벌집 찾아 무리를 소탕하기도 합니다.
국내 등검은말벌은 밀도가 높아 피해가 더 큽니다.
하지만 지금껏 나온 대책은 겨우 말벌 유인 포집기.
"땟거리, 식량을 찾는 늙은 말벌은 몰라도
"육아용 단백질을 구하는 '사냥꾼'은 트랩을 회피해요"
말벌전문가 최문보 경북대 교수의 진단입니다.
막막한 양봉인·꿀벌의 심정으로 그에게 물었습니다.
"양봉 피해는 농림부, 생태계 파괴는 환경부,
여차하면 출동하는 소방청, 국민건강은 보건복지부,
IT 기술지원은 과기부, 이 모두를 관장하는 행안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답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꿀벌을, 양봉 농가를, 식물 생태계를 망치는 등검은말벌.
이제는 국가가 나서 이들과 맞장뜰 일입니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