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교육청, 교육부 모두 외국어 남발'
외국어 과다 사용에 대한 경각심 태부족
교육 당국이 지침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
9일 한글날을 앞두고 교육 현장에서부터 우리말을 살려 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사들의 모임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지부장 임성무·이하 전교조 대구지부)가 발표한 성명도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전교조 대구지부는 7일 성명을 내고 학교에서부터 우리말을 살려 쓰도록 교육부와 교육청이 지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당국이 내놓는 각종 자료만 살펴봐도 이 같은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형편이다.
대구시교육청, 각급 기관과 학교가 내놓는 각종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우리말 사용에 앞장서야 할 곳들이 맞나 의심스러울 지경. 코로나19 시대와 맞물려 '코로나블루'에서부터'온택트', '언택트', '뉴노멀', '블렌디드 러닝' 등의 말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에듀테크', '그린스마트스쿨', '온라인 힐링데이', '에듀마켓', '랜선위클래스' 등 학교와 교육청은 물론 교육부까지 외국어를 거리낌없이 모아 쓴다. 교육 현장을 주도하는 각종 사업 이름에 외국어가 마구 쓰이는 광경은 흔하다.
전교조 대구지부는 "대구시교육청과 학교에서 우리말 이름은 사라진 지 오래"라며 "이젠 우리말을 가르치는 교사들도 우리말을 살려 쓰는 게 더 어색해져 버렸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우리말 감수성도 사라져 버린 듯하다"고 했다.
각 학교들이 내놓는 특색 사업의 작명 방식도 희한하긴 마찬가지. 영어 단어 몇 개를 갖다 붙인 뒤 각 단어의 알파벳 첫 글자를 따 새 이름을 만들어낸다. 그러려고 머리를 맞댄 채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근사한 외국어 이름이 나오면 박수를 치는 등 웃지 못할 풍경도 빚어진다.
이를 두고 한 초등학교 교사는 "외국어를 사용해야만 세련돼 보인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우리말을 가르치는 교사들마저 그렇다니 어이가 없을 뿐"이라며 "교육 현장에서 쓰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영어 사전을 옆에 끼는 게 필수라는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공공기관 등은 공문서를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는 게 현행 국어기본법에 명시된 내용. 교육부, 교육청, 학교가 쓰는 말이 국어기본법과 모순되는 셈이다.
전교조 대구지부는 "지구촌 시대를 맞아 우리말만 살려서 쓸 순 없지만 우리말 사용에 대한 의식은 버리지 말아야 한다"며 "무엇보다 학생을 가르치는 학교에서부터 더 이상 이런 외국말을 쓰지 않고 우리말을 살려 쓰도록 교육부, 교육청이 적절한 지침을 내려야 한다. 더는 한글을 부끄럽게 만들어선 안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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