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일찍이 '정치의 목적은 행복'이라고 했다. '정치가 국민에게 행복을 주지 못한다면 존재 가치가 없다'고 했다. '오늘이 행복한 나라'를 주제로 신년사를 발표한 적도 있다.
임기를 6개월여 남긴 지금 국민은 행복한가. 행복이란 삶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한 상태를 말한다. 지금 나라는 극단적으로 갈려 있다. 여당 지지자들은 행여 정권을 빼앗길까 기쁨을 잃었고,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나라가 거덜 날까 불안하다. 중도층 역시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스스로 설계자라고 실토한 '대장동 게이트'는 '정치의 목적이 행복'이란 대통령의 말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이는 공영 택지를 개발하며 지분을 50% 가진 성남시가 전체 배당금 6천억 원 중 1천829억 원을 가져갈 때 지분 7%를 확보한 민간인 7명이 4천40억 원을 챙긴 사건이다. 이름도 괴이한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는 택지조성 배당금 말고도 대장동 지구 15곳 중 다섯 지구의 아파트 분양 사업권을 수의계약으로 가져갔다. 김경률 회계사는 이들이 거둔 수익을 다 합치면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국민적 분노 유발 요인이다. 민간인 100배 수익도 문제거니와 권순일 전 대법관까지 얽히고설킨 법조 인맥의 난맥상에 국민은 허탈하다. 과거 검찰이라면 정권 말기 득달같이 달려들었을 일이다. 하지만 '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을 잃은 검찰은 언론 보도 16일이 지나서야 압수수색에 나섰다. 그러니 키맨이라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의 휴대폰 확보조차 실패한 것은 자연스럽다. 뒤늦은 수사에 나서 재빨리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차라리 입막음용에 가깝다. '단군 이래 최대 비리'라는 주장에도 시시비비를 가릴 수사 주체가 사라진 사실에 국민은 분노한다.

경제는 더하다. 아빠 찬스, 엄마 찬스 없는 청년들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7포(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을 포기) 세대'라고 자조한다. 이들에게 국가가 남길 것이라곤 1천조 원 국채뿐이다. '청년이 행복한 나라'를 말하지만 직업도, 집도 없고 빚만 잔뜩 짊어진 청년들이나, 이들에게 아빠 찬스 엄마 찬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부모 역시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유엔이 올해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를 보면 2018~2020년 우리나라의 행복도는 62위로 밀려났다. 2013~2015년 58위에서 네 단계나 떨어졌다. OECD 37개국 가운데는 35위다. 대장동 게이트, LH 사태 같은 올해 상황은 반영되지도 않았다. 우리나라가 2018년부터 3년 연속 OECD 자살률 1위를 기록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그것도 10만 명당 23.5명으로 압도적이다. 20대, 30대에선 사망 원인 중 절대적 1위를 차지한다. 우리 정치는 청년들에게 다시 기회를 주고 행복을 주는 데 실패했다.
지난주 16년 권좌에서 물러난 독일 메르켈 전 총리를 두고 독일 국내외적으로 후한 평가가 잇따르는 것은 반면교사다. 무엇보다 독일 사람들은 메르켈 시대 '정치가 사납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그 결과 중도층이 70%까지 확장됐다는 점이 성공 비결로 꼽힌다.
스위스의 노이에 취리히 차이퉁은 메르켈 시대를 '황금 시절'(goldene Zeit)이라 불렀다. 올해 유엔 세계행복보고서에서 독일은 G7 국가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의 메르켈에 대한 평가는 이랬다.
"멋있는 말을 남기진 않았으나 멋진 행동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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