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손바닥 '王'자, 여야 안 가리고 난타

입력 2021-10-03 17:07:45 수정 2021-10-03 21:10:50

국힘 TV 토론회 출연해 논란
이재명 "그러는 것 보니 후보가 안 될 것 같다", 송영길 "최순실 시대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
윤 후보 측 "지지자 정성 뿌리치지 못한 불찰, 주술 성격 없다"
홍준표 후보 향해선 "속옷까지 빨간 색이신 분"이라며 반격

국민의힘 3,4차 방송 토론회에서 윤 전 총장 왼손 손바닥에 적힌
국민의힘 3,4차 방송 토론회에서 윤 전 총장 왼손 손바닥에 적힌 '왕'자. 방송화면 캡처

'고발 사주'와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공방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경선 예비 후보가 이번에는 손바닥에 한자로 왕(王)자를 쓰고 텔레비전(TV) 토론회에 출연, 논란이 되고 있다.

윤 후보는 당 선거관리위원회 주최 제3차(9월 26일)·제4차(9월 28일)·제5차(10월 1일) TV 토론회에 임금을 뜻하는 한자 '王'자를 왼쪽 손바닥에 쓰고 출연했다.

윤 후보는 "같은 동네에 사는 주민이 힘내라는 응원의 의미에서 써준 것이라 크게 개의치 않았고 방송 시작 직전 지우려 했지만 잘 지워지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선두 후보'를 흔들 건수를 찾고 있던 여야 대선주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비난을 퍼붓고 있다.

정치권에선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속담처럼 실언과 사소한 논란도 쌓이면 대세에 영향 미칠 수 있다며 윤 후보가 휘청거리는 것을 기다려 온 경쟁후보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물어뜯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우선 당내 경쟁자들이 윤 후보를 향해 십자포화를 퍼붓는 중이다.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는 홍준표 후보(대구 수성구을)는 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부적 선거는 포기하라. 정치의 격을 떨어뜨리는 유치한 행동이다. 기초의원 선거도 그렇게 안 한다"고 비판했다.

홍 후보는 "점으로 박사 학위(윤 후보 부인 논문주제) 받는 것도 처음 봤고 무속인 끼고 대통령 경선 나서는 것도 처음 봤다"며 "늘 무속인 끼고 다닌다는 것을 언론을 통해 보면서 무속 대통령 하려고 저러나 의아했지만 손바닥에 부적을 쓰고 다니는 것이 밝혀지면서 참 어처구니없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윤 후보는 지난 8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오찬에도 친분이 있는 역술인 노병한 한국미래예측연구소장과 동석했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손바닥에 적힌 임금 왕. MBN 유튜브 영상 캡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손바닥에 적힌 임금 왕. MBN 유튜브 영상 캡처

유승민 후보 역시 이날 SNS에 올린 글을 통해 "당 경선에 웬 주술과 미신이 등장하느냐"며 "미신을 믿는 후보, 끝없는 의혹에 휩싸인 후보, 걸핏하면 막말로 보수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후보, 이런 후보로 본선에서 이길 수 있겠느냐"고 했다.

특히 유 후보는 "무당층을 공략하라고 했더니 엉뚱한 짓을 한다는 비아냥이 퍼지고 있다"며 "이재명과 싸워서 비전, 능력, 정책, 품격에서 압도적으로 이길 후보는 유승민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여당의 비난에는 조롱과 비아냥까지 섞였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그러는 것을 보니 후보가 안 될 것 같다"고 짧게 논평했고, 전날엔 "참 말씀드리기가 그렇다"면서도 "최순실씨 생각이 나서 웃었다"고 말했다.

박용진 후보도 "우리는 지금 대통령이라는 나라의 최고 책임 공무원을 뽑는 중이지, 왕을 뽑는 게 아니다"라며 "대통령을 왕인 줄 아는 사람이 1위를 하고 있는 야당의 처지도 좀 안됐다"고 비꼬았다

송영길 대표는 "국민을 위해 가장 봉사할 1번 일꾼인 대통령을 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술에 의거해 한 것인지 왕(王)자를 부적처럼 들고 나오는 황당한 상황"이라며 "이러다 최순실 시대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여여의 파상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윤 후보는 3일 오후 "같은 동네에 사는 연세 많은 한 여성 지지자가 토론회를 할 때마다 써준 것"이라며 "지지자의 정성을 뿌리치지 못했다. 지우려고 했는데 잘 지워지지 않아 그대로 토론회에 참석했고 역술적 의미가 담긴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다만 윤 후보는 치열한 당내 경쟁을 벌이고 있는 홍 후보를 향해서 만큼은 반격에 나섰다. 윤 후보는 "어떤 분은 속옷까지 빨간색으로 입고 다닌다고 소문이 났다"며 "뻔히 아는 정치인들이 이런 말을 하는 건 우리나라 정치 수준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가당치 않다"고 되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