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거리 아니고 종교거리?" 이천동 고미술거리 교회 설립 갈등 재점화

입력 2021-09-24 16:27:35 수정 2021-09-24 17:45:34

주민들 "이미 종교시설 가득한데 교회 신축 웬 말"
교회 "충분히 주민 배려해서 설립 추진 중"
남구청 "'주민 피해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겠다"

대형교회가 들어설 예정인 남구 이천동 고미술거리 공터 부지에 교회신축에 결사반대한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윤정훈 기자
대형교회가 들어설 예정인 남구 이천동 고미술거리 공터 부지에 교회신축에 결사반대한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윤정훈 기자

대구 남구 이천동 고미술거리에 대형 교회 설립을 두고 주민들의 불만이 끓어오르고 있다.

중구에 있던 해당 교회는 기존 부지가 개발지역에 포함되자, 지난 8월 고미술거리 일대 부지 매입을 마쳤다. 이천동 주민센터 옆 공터 부지(약 1천559㎡)엔 교회 본당이, 다른 편 옆 부지(약 655㎡)엔 주차장이 들어선다. 당장 다음 주부터 설계 작업에 들어간다.

교회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퍼지기 시작한 지난 7월부터 주민과 상인들은 현수막을 걸고 서명운동,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추진하는 등 반대 운동을 벌여왔다. 이미 동네 주변에 들어선 교회를 포함해 9개의 종교시설 만으로도 주차난과 마을 공동화가 발생해 행인 유입 및 상권 형성이 어려운데, 대형 교회가 또 들어선다면 마을 침체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이곳에 산 지 30년 됐다는 주민 박모(51) 씨는 "인근에 이미 대형교회 하나가 자리 잡고 있어 예배가 있는 날이면 교인들 차량으로 마을 전체가 주차장으로 변하는 실정"이라고 말했고, 예술품 경매장을 운영하는 상인 A씨는 "예배하러 오는 교인들이 주차 공간을 다 차지해서 정작 일요일에 미술품 구경하러 오는 손님들이 이용할 공간이 없다"고 토로했다.

장성운 이천동고미술거리내신축반대비상대책추진위원회 위원장은 "고미술거리 활성화를 위해 국민 혈세를 투입해 추진해온 도시재생사업과 지역특화프로그램들이, 거듭되는 종교시설 유입으로 무의미해질 위기에 처했음에도 남구청은 불구경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교회는 최대한 주민들을 배려했다는 입장이다. 본당 규모를 당초 12층에서 5층으로 줄였고, 부대시설 건설 또한 자제한 터라 교회는 '할 만큼 했다'는 것이다. 교회 관계자는 "합법적으로 부지를 매입하고 교회를 짓는 것인데 주민들에게 공사 내용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고 알릴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남구청 관계자는 "교회 측에서 설계도면이 나온 후 이를 토대로 조율에 나서려고 했다"며 "도면이 나오기 전에도 교회 측과 연락해서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