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못산다” 자영업자 호소에도…‘위드 코로나’ 시기상조?

입력 2021-09-17 15:39:22 수정 2021-09-17 20:13:03

"10월말 시기상조" vs "더는 못 버텨" 시점 의견 분분
전문가들 변이 돌파감염 우려 "집단면역 내년 3월이나…"
"델타 변이로 접종 완료율 더 높여야, 위드 코로나는 내년 초 적절"

22일 오후 경주시 동부사적지에서 관광객들과 시민들이 휴일을 즐기고 있다. 정부는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2주 연장과 함께 기존 방역 전략과 일상 회복을 절충한
22일 오후 경주시 동부사적지에서 관광객들과 시민들이 휴일을 즐기고 있다. 정부는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2주 연장과 함께 기존 방역 전략과 일상 회복을 절충한 '위드 코로나' 정책 수립을 검토 중이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백신 접종률이 올라감에 따라 새로운 방역체계 '위드 코로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전환 시점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자영업자들은 거리두기 지침이 실효성을 잃었다며 '위드 코로나'로의 빠른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전문가들은 접종률이 집단면역에 한참 못 미치는 데다, 델타 변이를변수로 꼽으면서 시기상조라고 지적한다.

위드 코로나는 단계적으로 일상회복을 의미한다. 위드 코로나의 세부 방역지침들이 제시된 것은 아니지만, 영업시간과 모임 인원 수를 제한한 거리두기 지침의 완화 또는 조정을 통해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안정적인 방역 상황을 전제 조건으로 10월 말쯤 위드 코로나 전환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영업자들은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거리두기 지침으로 손해가 크다는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영업시간이 오후 10시 또는 9시 등 특정 시간으로 제한되면서 매출은 반토막을 넘어 바닥까지 내려앉았다. 특히 식당과 술집을 비롯한 시설의 경우 야간 장사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야간 영업 금지가 강제되자 인건비를 지급도 어려운 실정이다.

수성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최모(29) 씨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영업시간 제한이 시작되면서 하루 매출이 제한 이전보다 3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사비를 털어 아르바이트생에게 인건비를 지급해오다 지금은 혼자 일하는 중이다. 재난지원금을 받기는 했지만 적자를 면할 수 없었다. 최 씨는 "영업시간 제한을 피해 해 떠 있을 때 가게 문을 열어보기도 했고, 재난지원금도 받았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었다"며 "거리두기 지침이 없었던 일상으로의 복귀가 너무나 간절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설 간 형평성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위드 코로나로 접어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리두기 지침이 시행된 이래 방역지침이 시설마다 제각각인 탓이다. 이 때문에 업주들 사이에선 공평한 지침이 아니라는 등 볼멘소리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자영업자들은 영업시간과 모임인원을 제한하는 거리두기 지침이 실효성이 떨어졌다고도 입을 모은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윤모(59) 씨는 "올해 초부터 업주들은 무고한 희생을 강요당하면서 버텼지만, 확진자 수는 감소세로 접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거리두기 단계를 강화했을 때 확진자 수가 늘기도 했다. 더이상의 거리두기 지침은 자영업자들의 희생만 발생한다"고 말했다.

반면 방역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의 필요성은 공감한다지만, 접종률이 미진하다는 이유로 천천히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7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백신 접종 완료 비율은 41.8%로 약 2천100만명이 접종을 완료했다. 이처럼 접종 완료 비율이 절반에 미치지 못한 수준에서 위드 코로나를 운운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것이다.

감염 전파력이 높은 델타 변이가 국내 우세종으로 자리 잡은 것도 문제다. 위드코로나를 위해선 집단면역이 요구되는데, 정부는 접종완료율 70%로 집단면역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델타 변이로 인한 돌파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85% 이상의 접종 완료율이 전제돼야 집단면역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경수 영남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중증 환자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의료계 역량이 뒷받침돼야 하고, 3차 접종을 위한 백신 물량도 충분히 갖춰지는 등 다방면에서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면서 "이 때문에 위드 코로나는 올해가 아닌 내년 3월이나 돼야 가능해 보인다. 이 또한 한번에 방역을 완화할 게 아니라 단계를 세부적으로 구분해 하나씩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