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세계 어느 나라도 시행하지 않는 반인권적 제도"
"교통사고로도 면허 박탈될 수 있는 의사 면허법개정안 수정돼야"
대구시의사회가 지난 14일 호텔라온제나에서 '올바른 의료정책 추진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정부와 국회가 수술실 CCTV(페쇄회로)카메라 설치 의무화 법안 통과와 의료인 면허관련법 개정, 전문간호사제(PA) 시행령 예고에 대해 강력 성토했다.
직접 당사자이자 전문가인 의사들의 의견을 배제한 징벌적 법안이 더 이상 진행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정회에는 의사 50여 명을 비롯해 채홍호 대구시 부시장, 홍석준 국민의힘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이상호 대구시의사회 부회장은 "수술실 CCTV의 경우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시행하지 않고 있는 반인권적 소지가 있는 제도"라며 "세계의사회장마저도 우려를 표했다"고 주장했다.
CCTV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들은 대리 수술이나 성희롱 등 불법 행위 감시와 의료 사고시 증빙자료 등을 이유로 들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의료인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의료현장의 소극적인 대처만 유발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고 ▷필수 의료의 수술 지원과 기피현상을 빚을 뿐 아니라 ▷최선의 수술보다는 가장 안전한 수술로 인한 환자의 피해 ▷전공의 수련 제한 ▷자료 유출에 대한 문제점 ▷의사와 환자간 불신의 문제 등 부작용이 더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는 경우 조건 없이 의사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는 법안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이 부회장은 "교통사고나 공직선거법 위반 등 직무 관련성이 없는 범죄로 인해서도 면허가 취소되도록 한 것은 헌법상 기본법인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성범죄나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 대해서만 면허를 박탈하는 것이 맞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 외에도 이 부회장은 보건복지부가 전문간호사 자격제도를 활성화하기로 한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모법인 의료법에도 없는 '지도에 따른 처방'이라는 업무를 신설해 간호사의 단독 의료행위를 위한 근거를 제공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 2일 발표된 보건의료노조 노정합의문에 명시된 공공의사 인력 양성과 지역의사제 도입에 대해 "의사인력에 대한 모든 것들은 협의체에서 논의하기로 한 지난해 9월 4일 대한의사협회와의 의정합의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 패널로 참석한 의사와 시민단체, 전공의, 의대생 등은 정부와 국회가 의료인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법안 개정을 강행하는데 대해 규탄하면서도,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한 의료계의 자정노력과 함께 의료계의 입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민복기 대구시의사회 부회장은 "정부만 탓하거나 비난해서는 안 되고 의사들도 노력해야한다"면서 "국민들과의 소통을 강화해 현실을 제대로 알리고, 의료계에서 빚어질 수 있는 문제상황에 대해 선제적 입법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경수 영남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산학협력단장)는 "중앙 중심, 국회 중심, 이데올로기적 관점이 어우러져 충분한 숙의를 거치지 않은 포퓰리즘적 입법이 진행되는 것을 차단하고 바로 잡는 것이 국민 모두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의사들이 무제한의 기대와 책무, 헌신을 사회적으로 요구받는 상황 속에서 윤리 규정을 강화하고 보다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활동을 펼쳐 나갈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시민단체 대표로 패널로 나선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 역시 "과정을 생략하고 특정 이해관계자에 유리한 법안이 너무나도 쉽게 통과되는 현정부의 모습을 보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는 자괴감마저 느낀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의료정책은 시간을 두고 힘들더라도 국민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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