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과 '공정'으로 맞붙은 여야 대표

입력 2021-09-14 15:10:31

李 "한국, 빈부격차 극단적이지 않아"…宋 "오바마 대통령됐다고 흑인 불평등 안없어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4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22회 세계지식포럼 개막식에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 대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4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22회 세계지식포럼 개막식에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 대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정의란 무엇인가' '공정하다는 착각' 등의 저서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공정'을 화두로 논쟁했다. 샌델 교수가 자신의 책에서 능력주의를 비판했던 터라 전당대회 과정에서 능력주의를 강조해온 이 대표가 샌댈 교수, 송 대표와 맞붙는 구도가 펼쳐졌다.

송 대표와 이 대표, 샌델 교수는 14일 오전 매일경제 주최로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22회 세계지식포럼에서 '샌델 교수에게 듣는 우리 시대의 공정' 세션에서 한국 사회의 공정과 관련한 대담을 나눴다. 미국 현지에서 화상으로 토론에 참석한 샌델 교수는 "한국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재밌게 봤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개천에서 용 난다'는 격언에 동의하는지 한국 사람들에게 묻는 설문을 본적 있는데, 대다수가 '개천용'은 더 이상 없다고 답했다"며 여야 대표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이 대표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이야기는 엘리트 중 엘리트에게 적용되는 이야기"라며 "어릴 적 밥도 제대로 못 먹던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이런 경우를 보통 개천에서 용 난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고등교육을 받고 좋은 방송국에 들어가 방송인으로 성장하는 스토리보다, 한국 젊은 세대가 바라보는 것은 20달러 주고 산 웹캠으로 500만 유튜버가 될 수 있다는 욕구"라면서 "이게 가능한 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미국을 비교하면 아직까진 빈부격차에 따른 기회의 격차라는 것이 아주 극단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신데렐라처럼 뽑힌 몇 사람을 가지고 문제 해결을 논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가령 흑인 출신 오바마 대통령이 선출됐다고, 흑인 불평등 구조를 합리화하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지배계층의 자녀가 '아빠 찬스'로 좋은 사교육을 통해 좋은 대학에 가고 아버지의 지위를 상속하는 구조가 아니라 가난한 서민의 아들도 좋은 대학을 갈 기회를 줘야 한다"며 빈부에 상관없이 고등교육을 받을 기회가 평등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송 대표는 샌델 교수가 강조한 '노동의 존엄성'에 대해 "고용 없는 성장이 일반화됐을 때 노동의 가치는 내가 노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어떻게 부여할 것인지의 문제"라며 "사회적 이동성으로 계층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 전반적 계층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갭이 줄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이 대표는 "샌델 교수가 언급한 배달노동자 등에 대한 사회적 존엄성의 보장을 이야기하기 전에, 그 업에 종사하시는 많은 분들은 기존에 본인들이 종사하는 직업에서 기회나 희망을 못 찾아서 그 직업에 종사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래서 저는 그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는 위험한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견을 보였다.

앞서 샌델 교수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도 상위 1% 소득을 자랑하는 가정 출신 학생들이 하위 50%를 합친 것보다 학생 수가 더 많다"며 "개개인이 고등 교육을 통해 사회적 이동성을 확보하는 해법에서, 이제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노동의 존엄성을 확보해주는 방향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4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22회 세계지식포럼 개막식에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 대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4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22회 세계지식포럼 개막식에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 대담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