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해고된 주한미군 직원, 미합중국 상대 '해고무효 확인 소송' 각하"

입력 2021-09-13 16:25:45

"주권면제 원칙에 따라 재판권 행사 불가"

대구지법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지법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지법 제12민사부(부장판사 정욱도)는 주한미군 대구기지에서 근무하던 A씨가 미합중국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소송'에서 각하 판결을 내렸다고 13일 밝혔다.

각하는 소송이나 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본안 심리 없이 재판을 끝내는 것을 의미한다.

1997년 7월부터 주한미군 대구기지에서 근무한 A씨는 지난해 4월 인사 규정에 따라 ▷무단결근과 휴가 절차 위반 ▷상사의 적법한 지시 위반을 이유로 파면됐다.

이에 A씨는 "피고와의 협의 하에 질병 휴직 중이었을 뿐 무단결근한 사실은 없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에 맞서 피고 측은 "이 사건 해고는 미합중국의 주권적 활동에 속하거나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그 효력의 유무를 다투는 소송은 주권면제의 원칙(한 주권국가가 다른 국가의 재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원칙)에 따라 우리나라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맞섰고, 법원은 피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는 해고 당시 주한미군의 동북아시아 야전지원대대 내에서 군수품의 관리 및 보관 업무를 수행하는 직책을 맡았다"며 "주로 다루었던 군수품이 비록 방산 물자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주한미군 대구기지에서 이루어지는 피고의 군사적 활동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 국가가 다른 주권 국가로 하여금 해고된 근로자를 복직시켜 다시 그 주권국가의 군사시설 내로 접근할 수 있도록 강요하는 것은 공권적 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다"며 "이 사건 소송은 우리나라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