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카드로만 지급…카드 거래 쉬운 마트 선호, 외면 받는 노점상들
노점상 소외 줄이기 위한 지원책, 스마트폰 계좌이체 교육 등 필요해
13일 오전 11시쯤 대구 칠성시장. 이곳 인도에서 5년째 채소를 팔아온 노점상 김모(66) 씨는 요즘 허탈감을 느낀다. 국민지원금 지급과 추석 명절을 맞아 인근 점포는 손님이 많아졌지만, 김씨는 특수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다들 마트로 가버려서 추석 전 대목이라 할 것도 없다"며 "카드 거래가 안 된다고 하면 그냥 가버리기 일쑤다. 가끔은 계좌 이체라도 되는지 물어보는 손님도 있는데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그냥 안 된다고 한다"고 했다.
추석을 앞두고 국민지원금 신청과 지급이 한창이지만, 카드 기반으로 결제가 가능한 탓에 전통시장 노점상들이 추석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울상을 짓고 있다.
13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에선 신용·체크카드 포인트와 행복페이로만 국민지원금 신청이 가능하고, 종이상품권으론 받을 수 없다. 이날부터 주민센터에서 대구사랑상품권을 받을 수 있지만, 이 역시 선불카드 형식으로만 지급된다.
이에 국민지원금으로 전통시장에서 명절 장보기를 계획했던 시민들은 카드 사용이 어려운 시장보다 인근 마트로 발걸음을 돌리는 모습이다.
달성군에 사는 지모(40) 씨는 "대구사랑상품권을 선불카드로만 받을 수 있는지 몰랐다"며 "이번 주에 주민센터에서 종이상품권을 받아 서문시장에서 추석 장을 보려는 참이었는데 어쩔 수 없이 동네 마트로 계획을 바꿨다"고 했다.
남구 대명시장에서 만난 박옥순(83) 씨는 "노점상들이 파는 대추나 밤도 좋은 것들이 많은데 카드는 안 받는다고 해서 결국 살 수 없었다"며 "노점상 대부분이 나와 비슷한 연배여서 웬만하면 사주고 싶지만, 결국 카드가 되는 가게를 찾게 된다"고 했다.
영세상인 등 취약 계층 지원과 내수 진작이 지원금 지급의 주요 목적이다. 하지만 카드 결제 단말기 설치가 어려운 노점상들은 지원금 효과를 보기 힘든 구조다. 카드 결제 단말기를 설치하기 위해선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하는데, 사업자 등록 시 세금 및 카드 수수료 등 경제적 부담이 생겨 매출 규모가 적은 노점상들은 사업자 등록을 꺼린다.
중구 서문시장에서 떡볶이와 납작만두를 판매하는 한 노점상(52)은 "노인들도 카드를 많이 들고 다니고, 행복페이 가능 여부를 묻는 손님이 늘었지만 단말기 설치가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카드 거래를 못 하고 있다"고 했다.
전통시장 노점상 대부분은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인이어서 카드 단말기 사용 방법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즉시 거래할 수 있는 방법도 있지만, 이 역시 고령의 노점상들에겐 먼 이야기다.
중구 노인복지관 관계자는 "우리 복지관에서 스마트폰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하루 종일 장사하는 노인들이 복지관에 와서 제대로 교육을 받긴 힘들 것"이라며 "경상감염공원 등 노인들이 모여 있는 현장에 직접 가서 스마트폰 활용 교육을 상시적으로 하기도 한다. 노점상 노인들은 뿔뿔이 흩어져 있어 현장 교육을 실시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일자리연구실장은 "전통시장 노점상 소외를 막기 위해 생각해볼 수 있는 건 추석 기간만이라도 국민지원금으로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을 해주는 것"이라며 "노점상과 인근의 카드 결제 가능 점포를 연계하는 방안도 장기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또 노점상 공동 결제 시스템 등을 개발하는 방안도 있다"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대구에서 지역사랑상품권을 만들 때 카드형, 종이형, 모바일형 중 카드형만 만들었기 때문에 현재 카드 신청만 가능하다"며 "온누리상품권의 경우 전국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취지에는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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