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으로 본 가족 살인…존속살해 판결문 분석해보니
부양 스트레스·자녀 정신질환 등 '가족 책임주의' 아래 희생 땐 사고
노령·장애…사회와 분담 이뤄져야
지난달 대구 서구 비산동에서 10대 형제가 키워준 친할머니를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매일신문 8월 31일 자 1면 등)과 관련, 존속살해 범죄 등 가족 간 발생하는 범죄를 막기 위해 위기 가정을 위한 폭넓은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6년 이후 이달 기준으로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돼 대구지법 및 대구지법 서부지원에서 확정된 판결(1심 기준)은 모두 16건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인정된 사건 1건을 제외한 나머지 15건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는 모두 16명이었다.
피해자의 연령대는 모두 50~80대였고 ▷50대 2명 ▷60대 5명 ▷70대 3명 ▷80대 6명으로 집계됐다. 피해자의 성별은 여성 12명(모두 어머니), 남성 4명(아버지 3명, 장인 1명)이었다.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로는 ▷자녀가 부모를 살해한 경우 14건(아들 11건, 딸 3건) ▷사위가 장인을 살해한 경우 1건이었다.
범행 동기별로 분석한 결과(중복 집계) ▷정신질환 등 심신미약이 인정된 사례 7건 ▷오랜 세월 쌓인 갈등에 존속을 살해한 경우 7건 ▷부양 문제 등 경제적 이유로 살해한 경우가 3건이었다.
특히 자녀가 오랜 시간 정신질환을 앓다 부모를 살해한 사건의 경우, 연로한 부모 외에는 자녀를 제대로 거둬줄 곳이 없는 상황이었다.
가족 간 오랜 세월 쌓인 갈등 끝에 우발적으로 부모를 살해한 경우도 많아 위기 가정에 대한 심리 지원도 절실했다. 또 부모에 대한 부양 스트레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가정은 범죄 등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취약 가정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노령, 장애, 질병 등 가족 간 돌봄이 필요하다면 사회와 가족이 분담하는 체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난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족 중 누군가가 장애 등으로 돌봄이 필요하거나 사회적·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됐을 때 구성원끼리 알아서 하라는 '가족 책임주의' 하에서는 비극, 극단적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가족 중 어느 한 사람이 다른 누군가를 돌보기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희생하게 되면 무조건 사고가 난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개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재정적 부담으로 폭넓게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게 충분해야 한다. 가족 내에서 일어난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노인, 아동, 정신장애, 돌봄 등 실제 가족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전문 서비스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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