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모임에서 다양한 활동으로 다른 사람들을 챙기셨지요
당신이 떠난 후 아이 둘 잘 키워 대학 보내고 결혼시켰습니다
그립습니다. 만나고 싶습니다.
당신이 우리 가족을 떠난 지 어느덧 22년이란 세월이 지났습니다. 어린 두 남매에 시할머니, 시동생 등 집안의 온갖 크고 작은 힘든 일을 도맡아 하면서 지금 이곳까지 왔습니다. 당신이 제 곁을 떠날 당시 9살 11살이던 어린 남매도 성장해 대학 졸업과, 결혼까지 해서 이제는 손자, 손녀까지 봤습니다. 이제 내가 할 일은 다한 것 같습니다. 머나먼 그곳에서 항상 지켜봐 주고 응원해 주었기에 힘들고 고달파도 잘 견뎌냈습니다.
우리 애들도 고향에서 좋은 일 하며 상가 건물도 지어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당신이 같이할 수 없다는 게 아쉽지만,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언제나 꽃길만 걸어 다녔으면 좋겠어요. 저도 종가댁 며느리로서 해야 할 도리를 지키며 집안에서도 인정받고 열심히 활발하게 웃으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당신과 추억을 쌓으며 살아온 이곳에 36년 동안 살았는데 이제는 저에게도 아픈 병마가 찾아왔어요. 몸이 불편해 이제는 애들이 있는 근처로 작은 집을 마련해 당신과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이곳을 떠나려 해요. 당신에게 이 소식을 전합니다.
3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우리 남편은 누구보다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4-H '네잎크로바' 모임에서 만나 연애를 시작한 우리는 두 아이의 부모가 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남편은 모임을 15개나 나갈 정도로 다양한 활동을 하며 살았다. 이곳저곳 많이 다니며 다른 이들을 챙겼던 그이지만 정작 자신의 몸은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당시 시골에 살다 보니 건강검진은 커녕 병원도 잘 가지 않았던 탓이다. 결국 간암을 앓아 서울대병원까지 다녀온 남편은 회복하지 못하고 그 길로 우리 곁을 떠났다. 22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당신이 힘들어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여보, 당신에게 돌아오지못할 편지를 쓰면서도 꽃을 좋아했던 당신의 모습도 떠오르네요. 자연에서 자라난 들꽃을 참 좋아했던 당신. 함께 거리에서 만난 꽃들이 오늘따라 더 그립네요. 그때 그 시절이...

참... 당신이 떠난 후에도 저는 그 자리에서 점방을 하고 있어요. 곳곳에 당신의 흔적이 남아있어 치우지도 버리지도 못한 물건들이 22년이 지난 지금도 남아 있네요. 당신이 떠난 후 아이들을 잘 키우려, 갖가지 일을 하며 열심히 살고 있어요. 산소에 벌초하기도 하고 식당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어요. 당신이 떠난 후론 식당에서 술도 팔지 않아요. 당신 생각이 나서 아들도 팔지 말자고 하더라고요.
당신과 함께 시작해 32년째 장사를 하는 이곳도 곧 문을 닫아요. 열심히 사느라 하루에 5시간 정도 자면서 열심히 살았더니 이제는 무릎연골이 닳아 없어져 버렸거든요. 그래도 당신이 있었으면 조금이라도 덜 닳았을 텐데. 비 오는 날이면 학교가 바로 앞인데도 아이들을 차에 태워 등교시키던 당신의 뒷모습이 아직도 아른거리네요. 그때 그 시절이 그리워요. 세월이 지나 지금은 아프긴 하지만, 아이들이 잘 자라 다행이에요. 보고 싶고 그립고, 당신의 사랑하는 아들, 딸 4명의 손자 손녀들을 꼭 보여주고 싶고 자랑하고 싶습니다.
나랑 살아줘서 고맙고, 응원해줘서 고마워요. 우리 가족 행복하게 잘 지켜 주세요. 우리 가족 화이팅. 우리 모자 모녀도 화이팅. 당신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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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이 유명을 달리하신 지역 사회의 가족들을 위한 추모관 [그립습니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의 귀중한 사연을 전하실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신청서를 작성하시거나 연락처로 담당 기자에게 연락주시면 됩니다.
▷추모관 연재물 페이지 : http://naver.me/5Hvc7n3P
▷이메일: tong@imaeil.com
▷사연 신청 주소: http://a.imaeil.com/ev3/Thememory/longletter.html
▷전화: 053-251-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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