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붙은 대구 '공항강변공원 습지'…소멸 위기

입력 2021-09-12 16:52:06 수정 2021-09-12 21:56:56

관리 부실 금호강 물 유입 안돼 부들 마르고 돌고기 살 곳 잃어
市 관리사업소 "곧 수로 재정비"…전문가 "대구시 유지관리 미흡"

대구 생태습지 세 곳 중 하나인 공항강변공원 습지가 말라가고 있다. 한때 물이 흘렀던 곳의 징검다리 모습. 돌 중간지점까지 물이 흘러 이끼가 끼어있지만 지금은 완전히 말라버린 상태다. 박상구 기자
대구 생태습지 세 곳 중 하나인 공항강변공원 습지가 말라가고 있다. 한때 물이 흘렀던 곳의 징검다리 모습. 돌 중간지점까지 물이 흘러 이끼가 끼어있지만 지금은 완전히 말라버린 상태다. 박상구 기자

대구 생태습지 세 곳 중 하나인 공항강변공원 습지가 말라가고 있다. 이미 습지 소멸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황이어서 여름을 지나 재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질 경우 습지가 완전히 소멸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12일 대구 동구 공항교 밑 공항강변공원 습지는 완전히 말라 있었다. 공원 입구 안내판에 적힌 '도심지형 자연생태습지공원'이라는 말과는 달리 습지는 앙상하게 바닥을 드러낸 채 방치돼 있었다. 말라붙은 습지 위에 놓인 징검다리가 무색할 정도였다.

습지 식물들은 자연스레 위기를 맞았다. 물에 잠긴 채 자라는 부들은 이미 온몸을 내놓고 있었고 줄기의 절반은 이미 노랗게 말라버렸다. 습지 가장자리에 서식하는 버드나무도 말라버려 붉게 돼버린 잎이 적잖이 보였다.

그곳에서 서식하던 피라미, 돌고기 등 물고기도 살 곳을 잃었다. 물이 부족해지면서 물고기들은 습지 한 구석 그늘진 곳 고여있는 웅덩이에 몰려 있었다. 뜰채로 걷어 올릴 경우 쉽사리 서너 마리는 잡을 수 있을 것처럼 많아 보였다.

공항강변공원 습지가 말라가고 있다. 습지에서 물에 잠긴 채 서식하는 부들이 몸을 완전히 드러내 말라버린 모습. 박상구 기자
공항강변공원 습지가 말라가고 있다. 습지에서 물에 잠긴 채 서식하는 부들이 몸을 완전히 드러내 말라버린 모습. 박상구 기자

공항강변공원은 조성 당시 '금호강 생태공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점에서 알 수 있듯 당초 생태습지를 목표로 생긴 곳이다. 전체 면적 16만㎡ 중 시민들이 출입할 수 없는 생태습지 면적이 절반을 훌쩍 넘길 정도다. 대구의 습지는 이곳을 비롯해 대구 달서구 달성습지와 동구 안심습지 등 3곳 뿐이다.

전문가들은 대구시의 관리부실을 지적하고 있다. 인공습지 특성상 금호강 상류로부터 물이 꾸준히 유입되지 않으면 몇 년 지나지 않아 습지 소멸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금호강에서 습지로 물을 공급하는 수로는 이물질에 막혀있었다. 기름 유입을 막기 위해 관로 입구에 설치했던 거름망은 떼어진 채로 강변에 방치돼 있었다.

이진국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는 "이미 습지 소멸은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습지에서만 사는 생물 개체수가 줄고 육지 생물이 발을 들여놓은 상황이어서 완전 소멸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습지에는 매우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곳으로 습지 유지를 위해서는 금호강 상류로부터 물이 꾸준하게 유입돼야 하는데 대구시의 유지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물질 방지망을 설치하는 한편 주기적 유지관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습지 관리를 맡은 대구시시설안전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습지 수로의 이물질 제거작업은 보통 2년마다 이뤄진다. 5년 주기의 일반 수로보다는 잦은 편"이라면서도 "곧 거름망을 설치하고 수로를 재정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