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경 영남신학대학교 기독교 영성학 교수
"지상의 피조물은 한 권의 책이자, 하나의 그림 그리고 우리 존재를 비추는 거울. 우리 삶에, 우리가 바라는 것에, 우리의 처함에, 우리의 타락에, 피조물은 하나의 징표일 수 있다." 프랑스의 신학자이자 시인인 알라누스 데 인술리스(Alanus de Insulis, 1128~1202)는 자연을 이렇게 묵상했다. 자연과 인간은 서로 뗄 수 없다. 그래서 시인은 자연을 우리 존재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던 것이다.
우리 존재를 비추던 거울이 위기에 처했다. 기후 온난화의 심각성은 우리가 매일같이 경험하는 일상이 되었다. 게다가 플라스틱(plastic)의 위험성도 우리 가까이 와 있다. 인류는 지금까지 총 92억 톤의 플라스틱을 생산했다고 한다. 플라스틱이 지구를 덮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그런데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매년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플라스틱 양이 800만 톤 이상이라고 한다. 문제는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되는 양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9년 해양 쓰레기에서 플라스틱이 차지하는 비중이 58%에서 2020년에는 83%로 증가했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을 것이라고 한다.
이제 5대양 6대주 어디에도 플라스틱이 쌓이지 않는 곳이 없다. 심지어 사람의 발길이 드문 남극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고 있다.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든 뒤, 강렬한 태양빛을 받고 파도와 부딪히면 서서히 작은 입자로 부서진다. 그렇게 부서져서 지름 5mm 미만의 작은 입자로 변한 플라스틱을 미세플라스틱이라고 한다. 플라스틱은 유기물처럼 쉽게 분해되지 않고, 분해되는 데만 약 500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렇게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에 매년 1억 마리의 해양 동물이 죽어간다. 지금도 멸종위기 종에 속한 약 700종의 해양 동물들이 플라스틱 쓰레기의 위협 속에 살아간다. 그렇다면 인간은 괜찮은가? 그렇지 않다. 해양 생태학자 리처드 톰슨(Richard Thompson)은 생선에서 인간의 세포 조직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있는 플라스틱에 첨가된 유독 화학물질은 인간에게도 위험하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세계 1등이다. 미국 CNN 방송이 지난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이 132㎏로 미국(93㎏), 중국(58㎏)을 능가해 세계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우리 통계청 역시 1인당 연간 플라스틱 포장재 소비량이 연 98.2kg으로 세계 1위(2016년 기준)라고 발표했다. 우리의 일상생활을 돌아봐도 플라스틱 소비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필자는 코로나 19의 상황 속에서 혼자 연구실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는 경우가 많은데, 지난주에는 외부에 들렀다 들어오는 길에 초밥 1인분을 사 왔다. 점심을 먹을 때는 전혀 지각하지 못했는데, 퇴근 전 쓰레기통을 비우다 깜짝 놀랐다. 초밥 한 끼 먹었는데 연구실의 작은 쓰레기통이 꽉 찬 것이다. 찬찬히 들여다보니 초밥 한 끼 먹는다고, 내가 소비한 플라스틱 용기가 무려 5개에 비닐봉지 하나였다.
미국의 비 존슨(Bea Johnson)이 이끄는 제로 웨이스트 챌린지(Zero Waste Challenge)의 5R의 운동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되었다. 5R은 필요 없는 물건은 거절(Refuse)하고, 쓰는 양은 줄이고(Reduce), 일회용이 아닌 반영구적인 제품을 구입(Reuse)하고, 재활용(Recycle)에 앞장서고, 썩은 제품은 매립(Rot)하자는 운동 아닌가! 저렴한 가격,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어 생활에 가장 편리한 플라스틱이 이제 심각한 골칫거리가 되었다. 이제 조금 더 불편하게 살고, 귀찮더라도 플라스틱 용기의 사용을 줄이고, 분리수거부터 더 잘 해야겠다.
유재경 영남신학대학교 기독교 영성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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