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신천동로, 운전대 잡고 직접 운행해보니…

입력 2021-09-06 18:32:26 수정 2021-09-06 21:05:45

좁은 도로에 진출입로 많아 차량 접촉 사고 날 뻔
주택가 인접 도로는 진출입로 주행 가능한 차로 1개에 불과
다리 아래 지날 때는 시야 깜깜…제한속도 60km로 보행자 위협
여름철 집중호우 땐 물에 잠겨…칠성·동신·희망교는 상습 통제
전문가 "진출입로 줄이고 제한속도 하향조정해야"

지난달 24일 갑작스럽게 쏟아진 폭우로 침수된 대구 신천동로에서 차량들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리고 있다. 대구시는 이날 오후부터 신천동로 침산교~상동교 구간 양방향 차량 통행을 전면 통제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지난달 24일 갑작스럽게 쏟아진 폭우로 침수된 대구 신천동로에서 차량들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리고 있다. 대구시는 이날 오후부터 신천동로 침산교~상동교 구간 양방향 차량 통행을 전면 통제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신천동로는 대구의 대표적인 간선도로 중 하나이자 가장 위험한 도로로 손꼽힌다. 지난 3년 동안 신천동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346건으로 연평균 100건을 넘길 정도다. 교통수요에 비해 도로상황이 유독 열악해서다.

도로가 신천강변을 따라 나 있어 폭우가 쏟아질 때마다 물에 잠겨 이용이 불가능한 데다 지나치게 잦은 유입로 탓에 교통사고도 적잖다. 신천동로를 직접 주행해 보고 운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위험한 도로인데도 제한속도 빨라 부담

기자는 지난 2일 오후 4시쯤 신천동로 두산교~산격대로 구간을 주행했다. 교통량이 몰리는 퇴근 시각을 조금 앞둔 때였지만 상동교를 지나자마자 차들은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왕복 4차로에서 주변 주택가로 빠지는 차량과 신천동로로 들어오는 차량이 뒤엉킨 탓에 주행이 가능한 차로는 1개에 불과했다.

신천교를 지나 동신교로 향하는 구간에선 위험한 장면도 나왔다. 미처 진입하지 못한 차량 한 대가 비상등을 켠 채 주행로와 진출입로 사이에 서 있었다. 차에는 후진등이 켜져 있었고, 뒤따라 주행하는 차량도 있어서 자칫 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교통정체는 대구시청 별관 부근을 지나면서 해소됐지만 여전히 운전은 편치 않았다. 도로가 신천강변을 따라 나 있는 탓에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돼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

위험한 주행환경에도 통행 흐름은 빨랐다. 신천동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60㎞. 신천동로는 지난 4월 17일 제한속도를 하향조정하는 안전속도 5030에서 제외된 곳이다. 대구 주요 간선도로로 이동성과 순환성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제한속도인 시속 60㎞로 주행해 보니 운전하는 내내 긴장을 풀기 어려웠다. 도로가 좁은데다 곳곳에 횡단보도와 신호등이 있어 보행자까지 신경써야 했다. 오히려 시속 50㎞로 제한속도가 줄어든 다른 일반도로보다 주행환경이 더 열악했다.

운전자들은 신천동로 진출입로의 기형적인 구조도 신천동로의 안전사고 유발 원인으로 보고 있다. 급격한 U자 형태의 진출입로가 적잖아 주행 차량이 갑작스레 속도를 줄여야 하고, 일부 대형차량은 한번에 빠져나가지 못하는 등 정상적인 주행이 어려운 도로 형태다.

운전자 이모(39) 씨는 "신천동로는 신천대로와 함께 수성구와 북구를 잇는 가장 중요한 도로로 출퇴근길이면 상습정체가 발생할 만큼 교통수요가 많은 곳이다.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는 운전자들은 신천대로보다 신천동로를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며 "도로구조가 워낙 위험해 사고 위험은 물론 간선도로 기능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잦은 침수에 운전자들 불만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신천동로의 하루 평균 교통량은 3만7천582대로 대구 주요 간선도로 중 11번째로 많았다. 신천동로가 왕복 4차로 규모임을 감안하면 많은 교통량이다. 신천동로를 지나는 차량대수는 왕복 8차로인 칠곡중앙대로와 와룡로보다 많다.

운전자들은 신천동로가 교통수요에 비해 도로 상태가 지나치게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름철 폭우로 신천 수위가 오를 때마다 도로가 물에 잠겨 통제되면서 불편이 크다. 실제로 신천동로는 지난달 24일 폭우로 물에 잠기며 일부 구간이 5시간 가까이 통제된 바 있다.

침수 구간이 주로 교통수요가 집중되는 곳이라는 점도 문제다. 지난달 24일 침수로 통제됐던 무태교~상동교 9.5㎞ 구간은 사실상 신천동로 교통량의 대부분이 집중되는 곳이다. 특히 지대가 낮은 곳인 칠성교와 동신교 구간과 희망교 부근도 집중호우로 상습 통제되는 곳이다.

운전자들은 대구 남쪽과 북쪽을 오가는 주요 간선도로가 부족한 만큼 주요 도로인 신천동로 주행환경 개선이 절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천동로 주변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조성되고 있어서 입주 후 늘어날 교통 수요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성구 주민인 박모(42) 씨는 "중동에서 신천동로를 이용해 산격동으로 출근하는데 교통통제로 다른 도로를 이용할 경우 출퇴근 시간이 30분 이상 늘어난다. 통제가 끝나더라도 일부 구간에는 흙과 돌이 남아 있어 사고를 유발한다"며 "시가 신천동로 유지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해당 도로를 자동차 전용도로로 지정해 보행자 사고를 줄이고 간선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