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단속 근거 없어 무용지물…대구시청·8개 구·군청 28면 불과
백화점·대형마트는 한 곳도 없어…빈 장애인 주차구역 함께 이용을
장애인 주차구역을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 정비 방안도 고려해야
둘째 아이를 가진 지 3개월 된 정모(35) 씨는 최근 병원을 찾았다가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을 보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씨는 "임산부 표지가 없는 차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비임산부가 주차해도 제재할 수단이 없어서 무용지물이 됐고"고 했다.
임신 기간 중 움직임이 어려운 임산부를 위해 조성된 전용 주차구역이 일반 차량으로 채워져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 주차구역과는 달리 비임산부 차량이 주차해도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고, 임산부 이용자에 대한 정의도 명확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임산부가 장애인 주차구역을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정비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장애인 주차구역의 경우 불법 주차 과태료(10만원)가 부과되고, '주차가능 표지를 부착하고 보행상 장애가 있는 자가 탑승한 차량'으로 이용 대상도 명확하다. 하지만 임산부 주차장은 이용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도 없어서 사실상 실효성은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전 11시쯤 대구 중구청 임산부·여성 전용 주차구역 3면을 차지한 차량 3대에는 모두 임산부 표지가 없었다. 주차요원 A씨는 "진짜 임산부를 위해 3면 중 1면은 비워두려 애쓰는데 아무래도 강제할 수 없어 쉽지 않다"며 "일일이 단속할 명분도 없다 보니 그냥 개인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도 부족하다. 대구시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대구시청과 8개 구·군청 주차장 전체 3천46면 중 임산부 전용은 28면(0.9%)에 불과하다.
설치 의무가 없는 대형마트나 병원 등 민간 시설은 더 열악하다. 대구지역 백화점 및 대형마트 17곳의 주차시설팀을 통해 파악한 결과, 임산부 전용 주차장이 설치된 곳은 17곳 중 한 곳도 없었다. 그나마 여성 전용 주차구역이 있어도 색깔만 핑크색으로 칠해져 있을 뿐, 일반 주차구역과 면적 차이가 아예 없거나 미미했다.
두 아이를 둔 박모(36) 씨는 "만삭에 가까워질수록 차에서 내릴 때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만 어딜 가도 면적이 넉넉한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을 찾기 힘들다"며 "하는 수 없이 주차면 2개가 나란히 빈 곳을 찾고자 마트 주차장을 여러 바퀴 돌곤 했다. 빈 장애인 주차 구역에 차를 세우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이명숙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변호사는 "장애인 주차구역이 빈 경우도 많으므로 일정한 수 이상의 주차공간이 확보되지 않은 경우에는 보건소 등 공공기관의 정식 인증을 받은 임산부들이 장애인 주차구역을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정비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