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백신 접종 사망’ 인과성 폭넓게 인정하라

입력 2021-08-24 18:53:53 수정 2021-08-25 06:08:52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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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수 서부지역본부장
이석수 서부지역본부장

중학생 두 자녀를 둔 그는 직무에 충실했던 유능한 경찰관이었다.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을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여겼다고 한다. 퇴근하면 홀로 계신 노모를 챙기는 속정 깊은 아들이기도 했다.

코로나19 예방 백신을 맞은 다음 날 가족들과 가진 식사 자리에서 '머리가 아프다'고 했지만, 참변이 닥치리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 형사과에서 10여 년 활약했고 경찰서 내에서 몸짱으로 통할 만큼 건강했기 때문이다.

그날 밤 그는 "괜찮다"며 파출소 야간 근무에 들어갔고 다음 날 귀가했다. 하지만 백신 접종 사흘 뒤 그는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구미경찰서 소속 A경위의 사연이다.

그는 지난 4월 28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차 접종했고, 7월 17일 2차로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A경위는 교차 접종의 첫 번째 사망 사례다.

A경위 부인은 "열흘쯤 뒤 질병관리청에서 사인을 심장비대증으로 인한 급성 심정지로 결론 내렸다고 들었다"며 "멀쩡했던 남편이 사흘 만에 숨졌는데 백신과의 연관성이 없다고만 하니 억울하다"고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코로나 상황이라면서 가족의 부검 참관도 허락지 않았다. 유가족은 "심장비대증은 객관적인 자료가 없어서 백신 연관성 인정이 불가능하다고 했다"며 "국과수의 최종 부검 판정이 남았지만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하더라"고 하며 울먹였다.

국내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 2월 26일 이후 신고된 이상 반응 의심 누적 사례는 15만3천183건이다.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는 모두 492명이다. 다른 증상으로 먼저 신고됐다가 상태가 중증으로 악화해 사망한 경우(224명)까지 포함하면 사망자는 현재까지 716명에 달한다. 백신별로 ▷화이자 412명 ▷아스트라제네카 290명 ▷얀센 10명 ▷모더나 4명이다.

그렇지만 사망자 중 백신과의 인과성이 인정된 사례는 현재 단 2건에 불과하다. 혈소판감소성혈전증으로 밝혀진 30대와 심근염으로 사망한 20대가 전부다. 그동안 백신 접종 사망에 대해 방역 당국은 대부분 "인과관계가 없다"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었다"며 불운으로 설명하는 모양새다.

국내에선 화이자, 모더나 백신의 경우 심장질환인 심근염과 심낭염 두 가지를 사망 부작용 사례로 인정하고 있다. 긴급 사용 승인으로 접종하는 코로나 백신은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임상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는 게 의료계의 전반적인 견해다. 그러므로 지극히 제한적인 소견을 사망과의 인과관계로 단정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정부는 백신 접종에 따른 이상 반응에 대해서 전적으로 보상할 것이라고 말해 왔다. 멀쩡하던 사람이 죽었다면 백신이 사망 원인이라고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면 국가가 사망 원인이 백신이 아님을 입증해야 한다. 기저질환도 마찬가지다. 한두 가지 병을 앓아 보지 않은 성인이 드문데, 사망을 기저질환 탓으로 돌린다면 너무 무책임하다. 백신이 기저질환을 악화시켜 사망을 초래했다면 이도 포괄적 부작용에 포함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백신 선택권이 없는 선량한 국민은 그저 시키는 대로 팔소매를 걷었다. 1차와 2차 백신 종류가 달라도, 접종 간격이 고무줄이어도, 대상 연령대가 오락가락해도 국가를 믿고 따를 수밖에 없었다. 세계 중진국에도 못 미치는 'K백신' 수준이 드러난 지금, 백신 접종 후 사망자와 중증 이상 반응 인정에 대해서라도 인색해선 안 될 것이다. 전 국민 접종 70%라는 목표가 말 못 하는 희생자와 유가족의 눈물을 외면한 채 이뤄져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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