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정미·심상정 등 정의당 대선후보 ‘먹튀 사퇴’ 말고 완주하라

입력 2021-08-24 05:00:00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가 23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앞서 12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황순식 경기도당위원장도 조만간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출마를 선언하면서 "기후변화와 자원 고갈을 해결하는 연대, 한 사람도 뒤로 남겨지지 않도록 서로를 살피고 돌볼 수 있는 사회로의 전환, 그 길을 함께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의원도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치가 자신들을 버렸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희망을 복구하러 가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대선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완주할 것인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한다. 거대 양당 간 대선 판세가 박빙으로 흘러갈 경우 범진보 진영에서 '진보 개혁 연대'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제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박빙 접전을 벌이자, 정의당의 전신인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는 "진보·민주 개혁 세력이 힘을 모아 정권교체를 실현하라는 국민의 열망" 운운하며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해 27억원의 선거 보조금 '먹튀' 논란을 일으켰다.

소규모 진보 정당이 대선후보를 배출하면서 정말로 '대선 승리'를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진보 정당이 대선후보를 배출한 것은 작고 희미하지만 '이런 목소리도 있음을' '약자들이 있음을' 알리고, 그 작은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승리를 위한 연대'를 이유로 그 작은 목소리를 주저 없이 걷어찼다.

이 전 대표는 "스스로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시대를 경험한 우리 여성들의 배신감을 잘 알고 있다"며 "대한민국 최초의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꼭 완주하기 바란다. 승리하지 못한다고 해서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진보적 가치'를 헌신짝처럼 버려서는 안 된다. "민주당의 개혁을 견인하거나 뒷받침하겠다"는 허황한 말을 늘어놓으며, '먹튀 논란'이나 일으키는 퇴행을 거듭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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