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출입 관리 방만…보호자증 없어도 쉽게 출입 가능
환자복·진료복 차림으로 외출도 자유자재
내부 시설 많은 대형병원 경우 동선 관리도 어려워
21일 오후 2시쯤 찾은 대구 중구 한 병원. 환자복 차림의 환자들이 인근 편의점을 드나들고, 외부에 설치된 흡연부스에 모여 담배를 피웠다. 진료복 차림의 병원 직원들은 커피를 손에 들고 병원으로 향했다. 의사들도 하늘색 진료복에 흰 가운을 걸친 채 병원 밖 음식점을 드나들었다.
최근 대구 병원들에서 확진자 잇따라 발생하는 가운데 입원환자와 의료진이 환자복과 진료복으로 외출하는 등 감염관리에 허점을 보이고 있다. 병원 내 방문자에 대한 출입자 관리도 허술해 병원 내 감염 전파우려도 나온다.
◆환자복·진료복 차림의 '불안한 외출'
보건복지부와 대한병원협회는 지난 2017년 '의료진 근무복 차림 외출 자제', '환자복 착용 하 외출·외박 금지' 등을 담은 병원문화 개선 권고안을 공동으로 마련했다. 외부 세균에 오염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하지만 별다른 처벌 규정이 없어 현장에선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환자들과 의료진 사이에선 병원 인근 편의점이나 카페 등을 잠시 다녀오는 것에 크게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구 한 병원 맞은편 편의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A씨는 "병원 바로 앞에 있으니 손님으로 환자복 입은 환자들과 진료복 차림의 병원 종사자들이 많이 온다. 환자 중에는 링거 거치대를 끌고 오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또 다른 병원에선 환자복 차림의 환자가 편의점에 들른 뒤 흡연을 하고 돌아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해당 편의점에선 출입자 명부 작성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휠체어를 탄 환자 한 명은 흡연구역에서 외부인과 담배를 피우며 노마스크인 채로 한참 대화를 했다.
병원 종사자도 진료복을 입고 외출하는 모습이 잦았다. 흰 가운을 걸친 의사 한 명은 마스크를 벗은 채 커피를 들고 인근 거리를 걷기도 했다.
한 병원 종사자 B(29) 씨는 "외출할 때마다 일일이 사복으로 갈아입는 것은 너무 번거로운 일"이라며 "정말로 청결이 필요한 수술 등을 할 때는 진료복을 철저히 소독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출입자와 내부 동선 관리 허술
중구 한 대형병원은 감염관리지침에 코로나19 종식될 때까지 면회를 전면 금지한다고 명시했다. 한 환자 당 보호자증이 있는 보호자나 간병인 한 명만이 입원환자를 돌볼 수 있다. 보호자증은 검사에서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은 후 얻을 수 있다.
이런 지침과 달리 실제 출입을 관리하는 안내 데스크에선 목에 보호자증을 걸지 않은 외부인도 수기 명부만 작성하면 출입을 허용했다. 어느 병실을 가는지, 어떤 환자의 보호자인지 묻지도 않았다. 서구 한 병원은 아예 입구에서 출입 관리를 하는 사람이 없어 외부인이 쉽게 드나들었다.
안내 데스크 직원 C씨는 "원래는 보호자증을 찬 보호자만 출입이 가능하지만 '병실에 간다'고 대답하면 보호자증 없는 사람도 허락해주는 편"이라며 "환자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호자증이 없다고 막기가 힘들다"고 했다.
병원 안 동선 관리에도 허점이 드러났다. 21일 점심시간 동구 한 병원 내부 식당에선 환자복 차림의 환자들과 보호자증이 없는 외부인들이 함께 식사하고 있었다. 이용객 대부분은 출입자명부 작성을 하지 않았다
식당에서 만난 D(32) 씨는 "식당에 오기 전까지 편의점과 빵집도 들렸었는데 출입자 명부 작성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입구에서 체온을 체크하지만 누군가 확진됐을 때 병원 안에서 어디를 방문했는지 파악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김신우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장은 "보호자 등록 최소화 등 외부인 출입을 줄이고, 환자 외출을 금지하고, 의료진도 병원 밖 식사를 자제하는 등 외부 접촉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확진 후 빠른 동선 파악을 위해 내부 점포의 출입자 관리를 병원 측이 꾸준히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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