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 김상화 씨 친구 故 최진석 씨

입력 2021-08-19 14:00:00 수정 2021-08-19 20:04:20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중학생 때 만나 죽마고우로 지냈는데 이렇게 일찍 떠나다니…
올해 기일에 술 한잔 올리는데 눈물이 나와 한참 울었다네

2017년 김상화(왼쪽 두번쨰) 씨와 故 최진석(오른쪽 세번쨰) 씨가 계모임에서 친구들과 식사전 찍은 사진. 본인제공.
2017년 김상화(왼쪽 두번쨰) 씨와 故 최진석(오른쪽 세번쨰) 씨가 계모임에서 친구들과 식사전 찍은 사진. 본인제공.

진석아. 불러도 대답 없지만 이름만 불러도 가슴이 무너지는 내 친구 진석아. 너무 많이 보고 싶은 내 친구. 그곳에서 아픈 곳 없이 편안하게 지내니? 하늘은 늘 착한 사람을 먼저 데려간다더니 네가 먼저 하늘나라로 간 걸 보면 맞는 말인 것 같아. 우리 곁을 떠난 지도 3년이 지났구나. 너가 하늘로 떠나던 그 날을 나는 잊을 수가 없어.

깊이 잠든 새벽 한 통의 전화에 나는 너무도 놀랐고 대충 옷만 걸쳐 입고 네가 잠들어 있는 경주로 향했지. 경주로 가는 동안에 아닐 거라고, 절대 아닐 거라고 몇 번을 되뇌며 갔었지. 그 길이 왜 그렇게 가기가 싫고 멀게만 느껴지던지. 경주에 도착하고서 쇠약해지신 어머니를 보았고 그런 어머니는 나를 안고 기절하셨지. 그때 실감을 했어. 착한 너를 먼저 데리고 간 하늘이 원망스럽고 무너지는 기분이었어. 눈을 감고 있는 너의 모습을 마주하니 다리에 힘이 풀리더라.

남은 우리들은 어찌하라고. 중학교 때부터 만나서 죽마고우가 되고 20년을 함께 살아왔는데 네가 없다는 생각에 그리고 더 잘해주지 못했던 기억들로 너무 슬프게 느껴졌어. 네가 세상을 떠나기 몇 시간 전 친구들과 함께 있는 단체방에서 낚시가 가고 싶다고 했었지. 다 같이 친구들끼리 여행이라도 가자고. 그러자고 한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이런 일을 겪으니 너무나 허탈하기도 했었어. 나이가 들면서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잘 만나지도 못하고 연락도 빈번히 못했던 게 얼마나 후회되던지.

얼마 전에는 간직하고 있던 너의 전화번호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더라. 이 세상에 네가 없다고 다시 한번 느낀 날이었지. 괜히 혼자 속상한 마음에 소주 한잔하면서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랬었지. 그리고 올해 기일에는 어머니가 계시는 집으로 가서 너의 기일을 맞이하였어. 술잔 한잔 올리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던지. 한참을 엎드려 울었더니 어머니도 그런 내 모습을 한참 지켜보시며 내가 다 울 때까지 기다려 주시더라.

2006년 20살이 된 김상화(뒷줄 오른쪽에서 세번째) 씨와 故 최진석(뒷줄 오른쪽에서 두번째) 씨, 친구들이 함께 모여 찍은 기념사진. 본인제공.
2006년 20살이 된 김상화(뒷줄 오른쪽에서 세번째) 씨와 故 최진석(뒷줄 오른쪽에서 두번째) 씨, 친구들이 함께 모여 찍은 기념사진. 본인제공.

어머니께 한편으론 미안했지만 사무치는 마음을 눈물로 씻으니 마음은 한결 나아지는 기분이 들더라. 그렇게 또 그리워하는 마음을 다잡아 보았어. 네가 세상을 떠나고 나선 우리 친구들도 환하게 웃으며 모이진 못하고 있어. 너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지나 보더라. 어떤 친구는 결혼했고 어떤 친구는 벌써 아이들이 태어났고 네가 없는 동안 시간은 원칙대로 흘러 우리는 또 이 세상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어.

그래도 늘 같이 있다는 생각으로 너를 잊지 않으려고 해. 며칠 후면 또 너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구나. 생일 때면 항상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앞으로 살아갈 얘기들을 나누곤 했는데 몇 해 전부터 네가 없는 생일을 맞이 하는구나.

친구야 이번 생일날에도 네가 잠들어 있는 영덕으로 가려고 해. 또 잘 있었는지. 그리고 괜찮은지. 가서 못다 나눈 얘기를 나누어 보자. 너무 보고 싶은 내 친구 진석아.

하늘나라에서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 잘 지켜봐 주길 바래. 그리고 늘 함께 기도하자.

사랑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내 인생에서 잊지 않을 거야. 오늘도 그곳에서 편안히 지내길 바래.

가슴에 묻고 살아갈께. 내 친구 진석이를 기리며 친구 상화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매일신문이 유명을 달리하신 지역 사회의 가족들을 위한 추모관 [그립습니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의 귀중한 사연을 전하실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신청서를 작성하시거나 연락처로 담당 기자에게 연락주시면 됩니다.

▷추모관 연재물 페이지 : http://naver.me/5Hvc7n3P

▷이메일: tong@imaeil.com

▷사연 신청 주소: http://a.imaeil.com/ev3/Thememory/longletter.html

▷전화: 053-251-1580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