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여백신 떠 예약했더니 'AZ'…보건소·병의원 취소전화 진땀

30세 이상 접종 허용 첫 날 혼란…폐기량 줄었지만 기피 여전
"오락가락 행정에 업무만 늘어"

18일 대구 시내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아스트라제네카(AZ) 공병을 버리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 대책 전문위원회는 정부가 AZ 백신 접종 연령을 잔여 백신에 한해 '30세 이상'으로 다시 내린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AZ) 잔여백신 접종연령을 '50세 이상'에서 '30세 이상'으로 변경한 첫 날인 17일 전국에서 1만여 명이 접종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대구 의료 현장에서 체감하는 AZ 백신 기피 분위기는 여전하다.

18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전날 하루 SNS 당일 예약과 각 의료기관이 관리하는 예비명단을 통해 AZ 잔여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모두 1만1천651명이다. 연령대로 보면 접종자의 85.9%가 30∼49세였다.

AZ 백신은 당초 50세 이상 연령층에 대해서만 접종하도록 권고돼 있지만 4차 대유행 상황 속에서 현장에서 버려지는 백신을 최소화하기 위해 접종 연령을 부분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예방접종전문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50세 미만 연령층은 1차로 AZ 백신을 맞은 뒤 2차는 화이자 백신을 맞아야 한다.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에는 AZ를 한 차례 더 맞을 수 있지만, 보건소 등에서 접종 백신을 변경해야 한다.

홍정익 추진단 접종관리팀장은 30∼40대 잔여백신 접종자가 예상보다 많은 데 대해 "어떤 백신이 좋고 나쁘다기보다는 알려진 이상반응에 대해 본인이 감수할 수 있는, 걱정이 덜한 이상반응이 무엇일지 판단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구 보건소와 병·의원에서는 잔여백신 알림을 눌러 예약했다가 뒤늦게 AZ 백신임을 확인하고는 취소해달라는 전화가 이어지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대구 한 의원 A원장은 18일 "접종 연령이 확대됐지만 AZ 백신을 기피하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알림을 일단 눌러 잔여백신을 예약했다가도 AZ 백신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취소해달라고 걸려오는 전화가 너무 많다"고 했다.

A원장은 "다만 접종 시기를 놓쳤거나 개인 사정으로 급히 접종이 필요한 경우 'AZ 백신이라도 괜찮다'는 동의를 받고 접종하는 사람이 하루 한두 명 정도 있다"고 했다.

다른 의원의 B원장 역시 "AZ 잔여백신을 SNS에 띄웠다가 뒤늦게 전화로 취소요청을 받는 일이 워낙 빈번해 일만 많아지고 있다. 전날은 아예 잔여백신을 SNS 사이트에 올리지 않고 6명 분량을 그냥 폐기했다"고 털어놨다.

B원장은 "정부의 오락가락 행정에 의료현장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면서 "시민들이 일단 잔여백신 알람이 오면 클릭했다가 AZ 백신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취소하는 전화가 고스란히 병원 몫의 업무다. 심지어 늘어난 업무량을 감당하지 못해 일을 그만두겠다는 간호사도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